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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y 07. 2022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써내려가는 나만의 '투자 맥락'


투자자는 결코 백과사전이어서는 안 된다. 그는 다만 올바른 순간들의 관련을 알아야 하며 이에 맞춰 행동을 해야 한다. 절대로 많은 것을 알아서는 안 된다. 단지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기사와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렇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다. 스스로에게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고, 어느 것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그저 많은 정보를 쉬지 않고 부지런히 습득하고 있다는 만족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에 대한 자신만의 보고서를 쓰는 일이 중요한 이유를 깨달아 가고 있다. 지난 4달 동안 많은 책을 읽었지만 부족함을 느낀다. 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는 데 다른 누군가의 조언과 확신을 필요로 한다. 내가 나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지 않는다. 주변의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쏟으면서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는 어떤 의문이나 질책이나 책임감을 묻지 않는다.      


 책임지는 자유. 책임을 짐으로서 흘러나오는 자유로움.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인생만큼 자유에서 멀어지는 것도 없다. 하루, 이틀, 한 달은 즐거울 수 있지만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행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느낀 순간에 그 어느 때보다 숨이 막히는 부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 그저 내던져진 것일 뿐이란 걸 뒤늦게 깨닫는다.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는 살아갈 수 없다. 책임의 무게를 알고 그것을 버거워 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압박감에서 가장 큰 자유를 느낀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가볍기만 한 자유의 한계는 왜 생기는 것일까. 무게 추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가장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에 있을까.      


 여기에서 행동이 나온다.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한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나 자신만 알 수 있는 그 무게감의 균형을 반영한 구체적인 플랜이 새롭게 쓰이는 순간이다. 자유로운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떠올린다. 소음에 가까운 정보들에 휩쓸리지 않는 ‘앵커’가 필요하다. 꾸준한 기록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매일 매일 써내려가는 기록이 필요하다. 하루의 작은 확신이 쌓여 책임감 있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는 자유. 그러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하는 스스로의 제약이 필요하다.        


 요즘의 나는, 7시쯤 눈을 떠서 준비를 하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지하철을 탄다. 9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경 기사를 읽거나 그 주에 읽어야할 투자 책을 본다. 귀로는 삼프로TV나 다른 투자 관련 방송을 듣는다. 인풋은 습관처럼 넣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지 못하고, 하루짜리 뉴스에 그친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꼭 어떤 종목의 주식을 사거나, 계약을 하지 않아도 매일의 작은 액션은 필요하다. 오늘에서 내일, 내일에서 다음 주, 그리고 그 다음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는 ‘맥락’이 필요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말들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피곤해지기만 한다. 출근을 해서 해야, 마땅히 할 일을 하면서도 뭔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힘들게 퇴근을 해서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잠깐 책을 들췄다가 그대로 잠이 든다.


 뭔가 하고 있다는 만족감은 있지만, 내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내 인생을 내가 바꾸고 있다는 ‘책임지는 자유’를 느끼는 순간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소모되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의 생각이나 노력, 의지나 습관 보다는 시장의 변화, 전문가의 정확한 분석과 예측, 운과 자본력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미래와 나의 시간과 나의 인생을 그런 것들 위에 얹혀두려고만 했기 때문에 항상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정작 가장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었는데 말이다.       


 아침이 좋을까 저녁이 좋을까. 운동을 먼저 하는 게 좋을까. 신문을 먼저 보는 게 좋을까. 글을 먼저 써야 할까. 쏟아지는 정보를 먼저 읽어야 할까. 눈을 떠서 가장 먼저 뉴스를 보면, 그 자체로 자극적이고 써야할 글감들이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게을러질 수 있다. 나만의 큰 그림을 그리고 외부 정보를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하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가벼운 조깅을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30분 정도 달리고 개운한 마음으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먼저 나만의 글을 적어야겠다. 무엇을 써야할지 모를 수 있다. 매주 같은 시간에 적는 퇴사일기처럼. 나의 가장 큰 화두인 경제적 자유에 대한 자유로운 단상을 죽 적어도 좋겠다. 그런 다음에 출근을 하면서 원래 해왔던 루틴들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먼저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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