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즉흥적인 여행을 하곤 한다. 새로운 장소에 머물 때는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르는 편.
1년 전 그날도, 친정에 김장 도와드리러 갔다가 모처럼만에 주어지는 나만의 아침 시간을 즐기고 싶어
훌쩍 다녀온 강화도 일출 여행이었다.
강화도 하면 보통 낙조가 떠오른다. 그러나 나는 12월의 겨울에, 서해안의 일출을 만나고 싶었다. 친정집인 김포에서 가까운 강화 초지진 근처와 분오리 돈대가 해맞이하기에 좋은 곳으로 검색됐다.
늘 친정에 오면 늦잠을 즐기던 큰딸이 새벽부터 부산을 떠니 아빠가 웬일인가 하신다.
"저 기다리지 말고 아침식사 먼저들 하세요~."
초지대교를 지나 함허동천과 동막 해수욕장 방향을 달리고 달려 분오항 언저리에 다다르니 드디어 탁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해뜨기 전 고요한 바다의 모습도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밀물인지 썰물인지 모를 바닷물의 출렁이는 소리도,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도, 고요한 동막 해변의 정적도, 싸늘한 새벽 공기도... 모두모두 좋았다.
아침 7시 32분으로 해 뜨는 시간을 확인하고 갔는데, 구름이 조금 낀 날씨인지라 해는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빠알간 눈썹 모양으로 시작하여 조금씩 커져가는 해의 얼굴! 육안으로 보는 것만 못한 휴대폰 카메라를 오늘은 관대한 마음으로 용서해 주기로 했다.
여러 각도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나처럼 부지런 떠는 가족여행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가장 맘에 든다. 분오리 돈대에 걸쳐 있는듯한 태양의 모습도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해님이 모습을 다 드러낸 후에야 천천히 분오리 돈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조선 숙종 5년인 1676년에 설치한 군사시설로 대포 4문을 올려놓은 포좌와 톱니바퀴 모양으로 돌출시킨 치첩 37개소가 있는 초지진의 외곽 포대라 한다. 지형상 절벽요새인 이곳은 따로 돈장을 두어 지키게 할 만큼 중요한 돈대였다는 기록도 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설치한 분오리 돈대. 그래서 돈대의 모습이 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초승달 모양이란다.
점점 몸을 감싸는 공기가 싸늘해지기에 발걸음을 돌려 돈대를 벗어나 동막해변길로 들어섰다. 해변에서 바라다보는 태양의 모습은 또 다른 얼굴이었다. 말이 필요 없는 장엄한 기운이 전해졌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더더욱 맘에 드는 이곳은 주차장에서도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 이때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떠오르는 태양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내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서울과 경기북부, 인천에서 가까운 이곳 강화도의 일출여행은 석모도나 장화리, 동막해변 등에서 올해의 마지막 낙조를 보고 이곳 분오리 돈대에서 새해 해맞이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벼워진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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