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서툰 인생
그땐 어려서
몰라서만 힘든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알게 될 줄 알았다니
여전히 세월이 흐르다 보면
마음은 잔잔한 강물일 줄 알았다니
손 시리고 발 시린 것보다
뼈까지 시리고 아릴 가슴은 늘 있는 것을
오고 가며 던지는 돌멩이에
말없는 마을 어귀 장승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와 해일에
대책 없는 해변처럼
긴 세월 입 다물다 실핏줄 마냥
속 터진 토기 그릇처럼
윗자리 이마가 제 자리라며
고집스레 파고드는 주름살처럼
볼품없이 구겨져 절로 시선이 머문
무릎 뒤 바짓가랑이처럼
주름진 날들도, 넘어진 날들도 이젠
사랑할 수 있겠다
모르면 모른 채로
살아갈 수 있겠다
또다시 처음처럼
서툰 날들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