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아픈 기억

(여름 비와 어머니, 나미비아 사막, 20.7.22일 MBC 여성시대 소

by 바람마냥

여름 비가 오는 날,

옆으로 누우신 어머님이 '얘, 어깨 좀 주물러 봐!' 하신다.

어린것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깨를 주물렀다. 한참을 주물렀는데 다시,

' 됐으니, 허리와 무릎을 주물러 봐!' 다시 허리와 무릎 쪽으로 내려 주물러 드렸다.

허리와 무릎을 한참을 주물렀더니 어린것은 팔이 아팠다.

왜, 어머니는 어깨를 주물러 달라하시고

팔이 아파 죽겠는데 또, 허리와 무릎을 주물러 달라하실까?

어린것은 도무지 알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도 그것을 알지 못했으니 그래서 어린것이었나 보다.




며칠 전, 나보다 위이신 누님을 만났다.

뵌 지가 오래되어 닭백숙을 끓여놓고 오시라 했다.

그래도 꾸준히 수영을 하시어 몸은 괜찮은 듯하지만,

이제, 연세가 70 중반이 되셨으니 많은 세월이 흐른듯하다.

허리에 보호대를 차고 계신 것이 아닌가?


가끔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다닌다. 자전거 도로보다는 풍경이 그립고 아름다워서이다.

곳곳에 농사일을 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하나같이 허리에 보호대를 차고 일을 하신다.

오래 전의 어머님이 생각나서 자전거를 멈추고 이야기를 걸어본다.

잠시 숨을 고르러 몸을 일으키시면, 허리가 굽어 보호대가 어줍게 보인다.

우리 누님이 그런 어르신이 된 것이다.


'얘, 여름 나기가 힘들다' 어머님의 오래전 말씀이다.

왜, 여름 나기가 힘들까?

그냥, 여름이니 덥고 그렇게 사는 건데, 왜 여름 나기가 힘들까?

더우면 찬물에 목욕하고, 나무 밑에 쉬면 되는 건데, 참 이상하다.


그 후, 세월이 또 흘러갔다.

'얘, 밥 먹기가 힘들다!' 어머님의 말씀이다.

기어이 찬물에 밥 한 술 말아 장아찌와 한 술 뜨시고 숟가락 놓으신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밥을 먹으면 되는 건데, 왜 힘들지?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그래서 어린것이었나 보다.

이제야 그것을 알았으니, 어린 철부지였나 보다.

하지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조금 철이 났는가 보다.

이리 늦게나마 어머님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린것은 철딱서니 없는 철부지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