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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y 03. 2024

고단하지만, 뜻있는 4월을 보내며

(몸이 견뎌주질 않는다, 잠실 야구장)

4월, 많은 사연들이 얽힌 시간이었다. 지나는 세월이 아쉽고도 그리워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거린 탓이다. 수채화 전시회를 하면서 색소폰 버스킹을 해야 했다. 수채화전시회는 공동으로 준비하는 브스전이지만, 버스킹은 일정을 정하고 사회까지 담당해야 하는 버거운 일이었다. 개인적인 전시회와는 다르게 공동의 성취욕까지 담아내야 하는 버스킹이었다. 어렵게 준비한 전시회, 먼 길을 찾아와 격려해 준 사람들이 고마웠고,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든지 마련해 찾아와 줌이 한없이 고마운 시간이었다. 


연이어 열리게 된 버스킹, 수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열광해 주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박수를 치며 몸을 흔들어 주었고, 앙코르 연주를 연호하는 시민들에 가슴이 울컥했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겠구나. 거리에서는 처음으로 맞이해 보는 연주회가 이렇게 뜨거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동호회원들이 정기연주회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는 말로 대변해 준다. 다시 서울로 발길을 옮겨야 하는 일정이었다. 한반도 문학에서 주최하는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수채화 전시회 주제 : 파도

오랜 세월 동안 기웃거린 글쓰기, 언제나 버겁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배우지도 않았고 또 소질도 없지만 읽고 쓰기를 오래 버티었다. 정성을 다해 응모한 수필, 수차례 신춘문예에서 외면을 받았고, 한반도 문학에서 가슴을 열어 주었다. 신인상을 받는 영광은 감히 생각지도 못한 개인적으로는 대상이었다. 삶의 4관왕을 달성하는 4월의 초입이었다. 마라톤을 수 없이 뛰어 메달을 받았고, 수채화에서 전시회 및 다양한 수상을 경험했다. 색소폰을 하면서 다양한 활동에 상을 받았으며, 이번엔 수필에서 신인상을 받게 된 것이다. 


여러 일이 겹쳐 있는 상황에서 서울 나들이를 했다. 지친 몸으로 올라간 서울, 몸이 버티어 줄까를 고민했다. 지나간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도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할까? 아내는 수채화 전시장을 지켜야 했고, 아들 내외가 행사장에 찾아왔다. 여러 작가들을 만나면서 신인상 받는 영광을 누렸다. 더 열심히 노력하라는 격려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다. 행사가 끝나고 아들 내외가 잡은 일정이 남아 있었다. 운동이라면 언제나 좋아하며 살아왔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2002년 한일 월드컵, 고3이던 아들을 불러냈다. 이탈리아와 8강전을 하던 대전월드컵경기장을 가기 위해서다. 담임선생님의 흔쾌한 배려로 찾은 대전월드컵 경기장,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잠실 야구장을 찾아가고, 유명 외국 팀이 방한하면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는다. 어느덧 아비와의 경험을 살려 야구장을 찾아간다. 잠실 야구장, 아들의 팀 엘지와 아빠의 팀 두산의 경기가 있다. 어려운 주차전쟁을 치르며 도착한 잠실 야구장, 언제나 가슴 벅찬 잠실벌이다. 아들과 맥주 한 잔에 삼겹살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다. 고단함은 지울 수 없지만 아들과의 추억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경기를 마치고 남부터미널에 도착했다. 아버지 떠나는 것을 보고 가야겠다는 아들, 서둘러 들어가라는 아버지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기어이 아버지가 지고 말았지만 언듯 떠오르는 기억이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던 아들은 기회가 오면 집을 찾았다. 아들이 오른 차가 멀어지도록 떠나지 못했던 아버지였다. 혹시, 아들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까? 언제나 발뒤꿈치를 들고 목을 늘여야 했던 기억이다. 아쉬움과 어린 자식을 홀로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 발걸음을 잡은 것이다. 오래전 내 아버지의 마음을 그때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젠 나의 차례가 온 것이다. 

한반도 문학 시상식

아비를 닮았는지 운동을 좋아하고, 세계를 누비는 여행을 좋아한다. 수학적인 두뇌도 이어받아 학원과는 거리가 멀었고, 웬만한 경시도 거뜬했으며 일본 유명대학을 넉넉하게 진학했다. 마라톤을 좋아하고 식스팩을 만들려 헬스장 찾는 것도 아비를 닮아가고 있다. 음악과 미술에 글쓰기는 삶의 밑천인데 어떨까? 자그마한 골짜기 '풍류정'에서 은퇴 후에 살아가는 커다란 재산이다. 버스에 앉아 잠깐 추억해 보는 순간순간의 삶이다. 기어이 버스가 출발했고 아들은 발길을 돌렸다. 피곤함을 가득 안고 내려오는 몸이라도 기분만은 상큼해졌으나,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음에 많은 생각이 오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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