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May 13. 2024

다시, 친구와 떠나는 여행길

(중앙아시아를 그리다, 명사산 월하천)

아주 오래전, 어설픈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근 30여 년이 지났으니 많은 나라를 쏘다녔다. 대부분 배낭을 메고 해외를 떠 돌았지만 가끔은 여행사를 따라 흘러 다니는 여행을 하곤 했다. 멋모르고 떠나던 몽골의 배낭여행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과 모험이었다. 모든 것은 현지 여행사와 협의하고 실행한 10일, 지금이면 감히 생각도 못하는 여행길이었다. 거기엔 친구들이 있어 가능했던 여행이었다. 섣불리 도착한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차를 전세 냈고, 드디어 고비사막을 10일간 누비는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기억해 보는 여행을 뒤로하고, 다시 중앙아시아 여행길에 오르려 한다. 여행사를 따라가는 여행이기에 편안하리라는 생각과 몸이 버티어 줄까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몇 해 전 우루무치를 여행하면서 실크로드의 한 자락을 보고 돌아왔다. 나머지 길이 언제나 궁금해 떠나는 중앙아시아의 여행길이다. 실크로드가 궁금해 우루무치를, 무엇이 그렇게도 행복한가를 알고 싶어 부탄을 찾았었다. 처절하게 기도하는 삶을 느껴보고 싶어 고산증을 각오하고 티베트를 찾았고, 다시 삶의 순수함이 찾아 네팔여행을 했었다. 

몽골의 아침

중국에서 만났던 실크로드 그리고 티베트와 동티베트에서 만난 실크로드를 잇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가려한다. 수천만 원 아니 아파트 방 몇 개는 넘게 들였을 여행길이었다. 여기엔 언제나 여행을 가자하면 말없이 떠나는 친구가 있어 가능했다. 여행 가자는 한 마디에 이집트 흑사막을 여행했다. 다시 쿠바와 멕시코를 서둘러 여행했다. 모로코의 사하라를 수일간 같이 헤맸고, 남미와 아프리카를 거쳐 이젠 말없이 중앙아시아를 떠나 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이것저것을 재지 않고, 오로지 여행길이 궁금해 떠나는 여행이다. 이번에 어떤 모습으로 카자흐인들은 살아가고 있을까? 


키르기스스탄엔 어떤 사람들이 하얀 모자를 쓰고 살아갈까? 살기가 어렵다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의 모습이 궁금하다. 어떤 음식으로 몸을 지탱하며, 그들의 역사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도 궁금하다. 자그마한 지방 버스대합실을 연상케 하던 울란바토르의 국제공항이 떠 오른다. 허름한 울타리가 인상적이었으며, 사막을 따라 달리는 소련제 프르공은 듬직하기 그지없었다. 지금도 사막엔 소련제 차량이 오고 가고 있을까? 어쩐지 푸르른 초원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니 궁금하기도 하다. 

갠지스강의 아침

구름 한 점 없는 사막에 햇살이 내려왔다. 한 줄기 물감되어 사막을 물들였고, 황홀한 고비사막은 사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었다. 다시 만난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듄 45에서 숨이 멎었고, 사하라에서 만난 석양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멀고도 먼 우루무치의 붉은 사막에서 아이스크림은 천국의 사탕이었다. 다시 만날 천산산맥, 눈으로 덮인 하얀 설산의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우루무치에서 만난 한 자락을 다시 이어 붙이기 위해 카자흐로, 키르기스스탄으로 또,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려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언제나 감명을 준다. 처절한 오체투지가 눈물을 머금게 했으며,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시체 타는 냄새와 어우러지는 푸자의식은 숨을 멎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던 광경, 갠지스강에 촛불을 띄우며 삶을 빌어보고 싶었다. 기도에 충실했고, 삶에 너무나 열정적이었던 그들의 삶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염소가 주는 한 사발의 우유에 감사해하며, 한 마리의 양을 키우기 위해 삶을 바치는 초원에서의 삶을 보고 싶어 떠나야 한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여행길이라는 언제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언제 다시 이런 여행을 기획해 보겠는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의 신기루를 따라 하루 종일 달려보았다. 잡힐 듯이 멀어져 가는 산등성이를 따라 온종일 다가가려 했다. 인간의 자그마한 발걸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 다시 그 일을 하고 싶어 떠나는 사막으로의 여행, 초원으로의 발걸음이다. 드넓은 초지에서 뒹굴어 보고, 마음껏 소리 지르며 달려보고 싶은 푸르름이다. 초록의 대지위에 펼쳐지는 삶의 모습들은 어떻게 보여줄까? 가슴속을 후련하게 해결하고 싶은 여행길, 돌아오는 날엔 어디로 갈까를 또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여행길을 고대하며, 또 인천으로 향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단하지만, 뜻있는 4월을 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