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을 정리하며)
말로만 듣던 마요르카(Mallorca), 바르셀로나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비행기에 올랐다. 어떻게 저리도 한가함에 자유스러움이 어색하지 않을까? 걷는 사람이 있고, 뛰는 사람이 있으며 커피 한잔에 한나절을 즐기는 사람들. 따사한 햇살에 미칠 듯이 달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나라인가도 생각해 본다. 언제나 햇살이 풍부한 나라임을 늘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다. 자그마한 비행기에서 잠깐의 휴식 후에 내린 팔마 데 마요르카 공항은 당황스러웠다. 많은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공항은 완전히 여행의 천국과 같은 인상이었다.
팔마 데 마요르카 공항, 오로지 여행객들의 마음이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공항 곳곳에 그려진 그림은 우선은 여행객들을 놀라게 하고, 공항엔 완전히 여행객들의 행렬이다. 아이들과 찾아간 렌터카는 수도 없는 차량에 정신이 없다. 좁다란 통로를 따라 걷고 걸어 찾아간 렌터카회사, 수많은 차량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능수능란하게 차량을 받아 숙소로 찾아가는 길도 여유롭다. 수많은 차량들이 흘러가듯이 움직인다. 주행가능 속도는 120km이니 넉넉한 속도를 자랑하며 속소를 찾았다.
숙소 주인은 만날 수도 없고 휴대폰으로 열쇠장소나 번호를 알면 끝이다. 스스로 들어가 잠을 자고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여행이 끝나면 지정된 장소에 열쇠를 반납하고 오면 모든 것이 끝이다. 렌트차량의 반납도 마찬가지인데 열쇠만 반납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전혀 부담이 없는 시스템이다. 로마시대에 형성되었다는 알쿠디아 구시가지에 있는 숙소, 구시가지는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1.5km의 성벽 위로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시가지를 볼 수 있다. 한가함에 여유까지 가득한 동네엔 볼거리가 충분하다.
구시가지엔 각종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고 여유는 덤이었다. 따사한 햇살에 앉아 커피와 맥주를 즐기는 현지인들에 여행객들이 섞여있다. 물건을 팔려는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어우러지는 현장모습은 어는 여행지와 다를 게 없다. 다만, 억지고 물건을 팔려고 하지도 않고 오로지 원하는 사람만이 물건을 사면 되었다. 성벽 안으론 주차가 되지 않으니 공용주차장은 무료였고, 주변에 맛깔난 음식점과 빵집이 즐비했다. 이렇게 한가함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저녁은 역시 최고였다. 젊음이 있기에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하는 무난함이 주는 여행의 맛이었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아침, 한가로운 교회 종이 울린다. 고소한 빵을 사다 먹는 아침, 여기에 커피 한 잔 곁들여 호사스러운 아침을 맞이한다. 주변에 해변을 찾아간 하루,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는 해변에 현장에서 사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아무도 참견하는 사람 없는 곳, 옷을 벗어도 상관없고 잠을 자도 좋은 곳이다. 푸르른 하늘을 맴도는 싱그러운 구름이 마음마저 산뜻하다. 한 나절의 물놀이 후에 노곤함을 달래는 한 끼의 식사는 여전히 한가롭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는 날, 구시가지에서 만난 식사는 대단했다.
아이들과 함께 현지식으로 마련했다. 맥주를 마시며 현지식을 먹는 저녁,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다시는 올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줌이 감사한 저녁이다. 하루를 잡아 드라크 동굴을 찾아 나섰다. 아이들의 안내에 따라 찾아간 동굴의 모습은 황홀했다. 규모가 그렇고 여행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동굴 내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배로 잠깐의 이벤트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알쿠디아 구시가지를 걷고 싶었다. 온 식구가 나서 한가함을 즐기는 오후는 상쾌했다.
시가지를 따라 한때를 즐기며 장을 보고, 음료를 마시며 시장을 구경한다. 어느 누구도 서두름이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 여행이다. 떨어지는 해를 보며 의자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오후, 서서히 넘어가는 해가 만들어주는 풍경이 너무 좋다. 높다란 교회의 찬란한 그림자나 주는 황홀함은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추억이다. 사진을 찍고 선물을 사며 다시 어둠이 내린 시가지를 걷는다. 언제 이런 기회를 또 가질 수 있을까? 넉넉함을 뒤로하고 찾아온 숙소는 널따란 공간이 여유롭다. 느긋하게 맥주를 한 잔 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마요르카의 밤, 넉넉함에 여유가 넘치는 밤이다.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한다.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여행의 말미,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를 걷는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며,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시내는 역시 화려했다. 대서양의 풍부한 바람이 주는 넉넉함에 불빛이 주는 황홀함이 더해졌다. 언제나 쫒기들이 따라다녀야 하는 여행길이 아닌 스스로 찾아가는 여행길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고, 여행을 마무리하는 밤이다. 다시는 올 수 없을듯한 온 가족의 여행을 끝내야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이런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하는 마음이 가득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