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7.
저의 리뷰는 스포가 다분하니 항상 주의하시길 바란다.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은 가벼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 게 화근이었다.
장르가 코미디/ 드라마 여서 또.. 포스터가 나름 유머러스해 보여서 별생각 없이 고른 영화가 이렇게나 생각이 많아지게 만들 줄이야... 일단 소개하겠다. 오늘의 영화!
어댑테이션
(Adaptation)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찰리 카우프넌, 도널드 카우프먼)
메릴 스트립(수잔 올린)
크리스 쿠퍼(존 라로쉬)
앞서 말했듯이.. 가볍게 시작했던 영화다.
진짜 별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이거 뭐지? 싶어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보면 안 될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든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너무 생각이 많다.
머릿속 말이 내레이션을 통해 계속 밖(관객)으로 나온다.
영화 안에서는 내레이션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이 영화는 내레이션이 끝없이 나온다.
마치 관객이 주인공의 머릿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영화가 뭔가 이거 저거를 다 비유하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 참 답답했다.
현대에 와서는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위 말하는 '명작'은 계속 보고 또 보고.. 회자되고
그러다 재개봉도 되고 하는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명작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왓챠피디아 평균별점이 높았어서 하는 말!)
무언가 창작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다 공감할 수 있을 사실이다.
업계에서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일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하기 싫은 귀차니즘과 고뇌를 거쳐서
그 결과물을 세상으로 겨우 끄집어낸다고 한다.
수 없이 명작들을 만들어 낸 장인들인데도 말이다.
영화 속 찰리는 온전한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고,
수잔 올린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워낙 수잔의 소설이 별다른 사건도 없고, 마무리도 애매하게 끝나버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뇌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놈의 꽃.
꽃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하고 싶다며 고뇌에 빠져버린 찰리..
나는 사실 이해가 안 되었다.
그냥 뭐가 이해가 안 되었냐고 물어도 답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됐다.
꽃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데 그게 뭔 소린지 모르겠더라.
투자자(틸다 스윈튼)와의 대화에서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로 이해가 되었는데
그 이후에 꽃에 매달려서 찰스 다윈이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도통 이해불가였다.
그래도 결국 이 영화의 끝에 꽃이 나왔다.
지고 펴고 무한 반복하다 끝났다.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내가 의심했던 것.
찰스와 도널드는 정말로 일란성 쌍둥이었을까?
도널드가 '3'였나?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글쎄.. 그것도 그냥 찰스 아닐까?
나는 왜 이렇게 이 두 사람이 하나의 사람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름 근거는 있다. 딱히 논리적이지는 않을 뿐.
무엇이냐 하면..
이 영화에서 도널드가 쓴 '3'라는 시나리오의 내용도 결국은 자아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인격이 나오고 그게 결국은 나 자신이라는 이야기.
어쩌면 그게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 아니었을까?
마지막에 도널드가 죽은 것도 찰리 안의 자아가 사라진 것이고..
어머니한테 전화를 하자마자 목소리가 똑같은 형제라면 누구인지를 물을 텐데
바로 "찰리?"라고 물으신 것도 의심스럽고.
물론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진짜 찐 쌍둥이일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다.
수잔을 보고 말을 걸지 말지 고민하는 찰리..
결국 수잔 회사까지 찾아가서 말도 못 걸고 뉴욕의 호텔로 돌아와
도널드에게 뉴욕으로 와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극 중 찰리의 소심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꽤 있었는데
솔직히 몇몇 장면들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다들 한 번쯤은 살면서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었을 테니까!
그게 누군가에게는 답답한 모습이었듯
찰리에게 고민인 순간이 우리에겐 답답하게 느껴진 게 아닐까.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못 걸고
뒤돌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찰리의 모습에서 공감이 되었다.
수잔이 안타까웠던 건
잘 살고 있다가 사람 하나 잘못 만나서 나락으로 갔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존이 참 별로다.
약 안 하겠다는 사람한테 약을 보내서 결국 사람을 저지경으로 만들었다.
물론 서로가 끌림이 있었으니 이 사람에게 약을 보내도 되겠다는 확신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
아니 그랬다고 한들, 포르노 사이트에 지가 좋아하는 사람 사진을 올릴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건지...
그냥 이해 불가다.
그 둘의 관계는 그냥 이해 불가. 공감 불가.
별로다, 별로.
이 영화는 한 번만 봐서는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두 번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두 번 보는 데에 무슨 용기까지 필요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끌리지 않는 영화를 두 번씩이나 보는 건 웬만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기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
나는 그 용기를 굳이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영화 보는 일에 용기까지 내.
안 그런가?
세상 살기도 바쁜데 보고 나면 생각 많아져서 조금 더 버거워지는 영화
어댑테이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