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04/왓챠
내 주변엔 성전환을 한 사람이 한 분 계신다.
그다지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지 않는데, 그 이유가 그 성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설명하기엔 너무 번잡스러운 일이라 전부 쓸 수는 없지만,
요약하자면 자신의 입장만 고려하여 다짜고짜 우리 부모님을 욕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 이 시대 어른들의 고지식한 부분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저 자신에 대해 안 좋게 바라보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상스럽게 욕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몰상식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분의 성격이 그런 것이지, 다른 트랜스젠더들까지 묶어서 안 좋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 나는 그분의 '지금 성별'이 아닌 '이전 성별'에서의 호칭으로 부른다. (그냥 나 혼자 하는 기싸움이다..ㅎ)
나 스스로는 아마도 평생 이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트랜스젠더'라는 사람이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에서다.
당시에 생각보다 큰 모욕감을 느꼈나 보다. (나보단 우리 부모님이)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기억을 지워주는 데에 제법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선정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Little Girl
사샤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어린 '남자' 아이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프랑스 나이로 2살 그즈음에 자신은 '여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커서 여자가 될 거야!"
이렇게 성별은 나의 선택으로 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샤는 부모님에게 자신은 자라서 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자 옷을 좋아하고, 발레를 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손위 혈육(?) 에게 '언니', '오빠'라고 자연스럽게 부르고, 사회적으로 규정지은 성별이 없다면 사샤는 당연히 누가 봐도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
본인이 이렇게 확고하고, 가족들도 완전히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샤는 내가 본 그 어떤 '성별 불쾌감'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학교에서도 사샤를 남자아이로 생각하고 대했기 때문에 여자 옷을 입고 오거나 하는 행동들을 용납(?) 해줄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의 미움과 눈초리를 받으며 학교생활을 보냈다.
이에 부모님은 격분하며 학교와의 전투를 벌인다.
이 분야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도 받고, 사샤에게 이런저런 지지와 응원을 힘껏 실어준다.
물론 직접적으로 학교에 항의도 꾸준히 실행했다.
과연 사샤는 원하는 학교 생활을 해낼 수 있을까?
"여자도 파란색 좋아해." (사샤의 옷장을 정리하며 사샤의 엄마가 사샤에게 해준 말)
성별을 규정지을 수 있는 부분은 무엇 일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애초에 그런 부분이 뚜렷한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오히려 성별에 상관없이, '이건 남자 거야', '이건 여성스럽잖아'와 같은 부분들이 사라져야 그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남자가 비키니 입고 싶을 수도 있고, 여자가 브래지어 없이 트렁크 팬티만 입고 싶을 수도 있다. 남자도 머리카락이 길 수 있고, 여자도 숏컷일 수 있다.
이런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처음부터 자유로웠다면, 그런 곳이었다면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잘못된 성별을 숨기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성별의 모습으로 꾸미려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못할 테니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체는 남자이나 정신은 여자라고 주장할 때, 처음부터 남녀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단지 말로만 '난 여자야'라고 할 수 있을 뿐, 겉으로는 이 사람의 성별이 보이지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신체적으로 다르기에 (생식기라던가) 체격과 같은 부분에서 차이는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이 치마를 입고 다니고, 스타킹을 신고, 화장하고, 긴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이 사람이 이상해 보이고 학교 생활에서 왕따를 당할 일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저 '체격 좋은 여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런 사회라면, 생물학적인 성별만 알면 되는 것 아닐까.
가끔 트랜스젠더들을 보면 '내 성별은 이거야!'라고 말하며, 자꾸 특정한 스타일로 자신을 규정지으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히려 그 모습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자임에도 숏컷을 하고, 바지만 입고, 키가 크고, 맨얼굴에 스포티하거나 댄디한 스타일로 입고 다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듯이, 내 성별이 무어라고 갑자기 어떠한 모습으로 자신을 규정짓고자 하는 것인지.. 참 공감할 수가 없다. 그런 모습은 오히려 치마 좋아하고, 긴 머리에 화장하는 걸 좋아하는 남자가 아닐까. 그게 나쁜 의미는 아니고, 그냥 그게 취향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취향을 존중해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했으면 한다.
이게 되게 답답한 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트랜스젠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정작 진짜 그 성별들은 자신들의 모습에 별 생각이 없다. 나를 꾸미는 것이 곧 내 성별은 아니지 않나. 성별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가지고 태어나는 것뿐.
언젠가는 세상이 변해서 성전환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성별로 규정짓지 않고 그냥 내가 꾸미고 싶은 그대로 하고 다녀도 아무 상관없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
요즘은 예전에 비해 트랜스젠더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다. 'LGBT'라고 하는 성소수자 집단(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에서 T는 트랜스젠더를 뜻하기도 한다. 그만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적인 성별과 정신적인 성별을 다르게 인지하는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만 해도 그러하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신의 성별을 확정 짓고, 오히려 성별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기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종종 등장한다.
사샤가 자라면서 겪게 될 '2차 성징'을 막기 위해서 호르몬 치료(?)를 하려고 하는데, 이게 언제든 원하면 사춘기도 겪고, 변성기도 겪는 등 성장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대화를 사샤의 부모님이 나누는데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
"사샤가 다시 남자가 되고 싶으면 언제든 멈출 수 있는 거야."
정확하게 이렇게 말한 건지는 모르는데, 이런 류의 말을 한다.
이 부분에서 참 신기했다. 한국이었으면 굉장히 생각이 트여있는 부모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어쩌면 프랑스에서도)
사샤는 신체적으로 남성이기 때문에, 아직은 어리지만 점점 자라면서 분명히 키도 그렇고, 근육이라던가, 목소리라던가 남자로 자라게 될 텐데 그때마다 얼마나 큰 좌절감과 충격을 겪게 될지 부모님은 벌써부터 억장이 무너진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초연해 보였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중간중간 사샤 이외에 다른 자식들에게도 (사샤네는 4남매다) 혹여나 애정을 덜 쏟게 될까 염려하는 마음에 다독이고, 챙기려 하는 모습도 보여서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사샤의 오빠를 챙기는 모습)
그리고 학교와 전쟁? 할 때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이 확실히 프랑스 사람이구나 싶었다. 투쟁과 의지의 민족이랄까. 대단했다. 사실 아무리 가족이어도 그런 일에 대해서 내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적극적이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나 같으면 차라리 이사를 가거나 전학을 보냈을 거 같다. 이해관계가 맞는 그런 곳으로? 애초에 학교와 관계가 안 좋다 보니 사샤의 학교생활은 영화에서 등장하지도 않는다.
사샤는 춤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특히나 발레를 배우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발레 학원에서는 계속 '왕자님'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는 계속 치마를 입고 있거나 여자아이처럼 보이려고 행동하기 때문에 보통 일반적으로 불리는 '남자아이' 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이 순간만큼은 여자아이들 틈에서 혼자 다른 옷을 입고 풀이 죽어 있는 남자아이, 사샤의 모습이 등장한다. 만약 사샤가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커서 유명한 발레리노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제법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샤의 미래가 참 궁금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먼 나라의 아이지만, 영화 속의 인생뿐만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샤가 아주 성공해서 멋진 모습으로 좋은 소식과 함께 또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