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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Feb 26. 2023

가장크게 울릴 팡파레

서른 후반. 친구가 결혼을 한다.



6월이 되면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
서른 후반의 나이.
요즘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지만 재혼을 하기에는 아직은 조금 이른 나이일 것이다.

  그렇다. 친구는 친구들이 사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가장 먼저 결혼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두 딸까지 둔 친구가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분명 쉽지 않았다. 그 결정을 내비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은 친구의 선택을 모두 다그치고 만류하기 바빴으니 말이다.

가장 친한 나 또한 당시 친구를 다그치기도 회유하기도 하며 말리기 바빴었다. 그만큼 친구의 선택은 누구에게도 응원받지 못했고 위로받지도 못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못한 결혼생활의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친구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요즘 돌싱이 무슨 흠이냐고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친구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랬었다. 그냥 무조건 친구가 불행한 선택을 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새로운 삶을 준비하며 너무나 행복해 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당시 친구의 이혼을 반대했던 이유가 정말 친구를 위해서 였을까라고 반문해보게 되었다. 친구의 삶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의 부모님, 그의 자식들, 그의 가정을 먼저 생각했던 것은 아니였는지, 그리곤 그것이 곧 친구를 위한일이라고 단정지었던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어릴 때 부터 모든 것을 공유해가며 친구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허나 새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절대 안변할 것 같던 친구가 조금씩 변해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 정말 행복하구나, 이제 정말 네 삶을 행복하게 그려 나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분명 묻진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과 가족들, 아이들과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친구의 얼굴을 항상 행복으로 가득차게 바꿔준 제수씨는 친구의 모든 상황을 알면서도 이해함을 넘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다가와주었고 친구의 새 삶을 같이 시작해주기로 했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분명 친구가 직업이 엄청 좋거나, 가지고 있는 재산이 많다거나, 물려받을 재산이 엄청날것이라 생각 할 수 있다.

  그도 그럴법한 것이 나 역시도 친구에게 처음 제수씨를 소개받을 당시 괜한 의심과 함께 정말 친구를 사랑하는지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 해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내 친구는 위에 나열한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저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다시말해 이 둘에게는 조건과 상황은 서로의 마음을 향하게 하는데 중요치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진심은 상대방과 스스로를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알면서도 '도대체 왜?'라는 물음표와 함께 여전히 친구에게 다가와준 제수씨가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어려운 많은 상황들을 정리하고 둘은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온 세상에 둘이 하나가 됨을 약속하는 일만 남았다. 지인들 초대없이 가족들끼리만 진행예정인 식이지만 둘에게는 분명 보이지 않는 많은 응원과 축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식장에서보다 둘을 향해 큰 팡파레가 울려 퍼질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또한 장담컨대 이 둘은 가장 큰 팡파레와 함께 앞으로 평생 행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친구야 평생을 약속하고 함께 살다보면 분명 또 많은 일들과 맞닥뜨리겠지. 그리곤 처음 마음과 달리 말랑말랑 한 마음엔 수 많은 상처들이 생겼다 아물다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하겠지. 그럴때면 너희 둘에게 울렸을 가장 큰 팡파레가 너의 마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래볼게 미리 결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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