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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Oct 03. 2023

내일이 바쁠 것 같은 오늘,
나는 청소를 합니다.

예상되는 바쁨을 대하는 나의 태도

삶에는 예상되는 바쁨이 있다. 예를 들면 나는 회사에서 1영업일마다 매출마감을 해야 해서 바쁘다. 이는 예상되는 바쁨이고, 덕분에 나는 월말부터 이를 예측하고 긴장을 하고 있으며 월초에는 휴가를 쓰지 않을 것이다. 연휴를 마무리하며 '진짜'10월을 시작해야 하는 내 앞에 이처럼 예상되는 바쁨들이 빽빽하게 펼쳐져 있다. 


[10월에 예상되는 바쁨들]

4박 5일짜리 해외출장(주말 낌^^)

공휴일과 창립기념일로 부족한 영업일 속 써내야 하는 보고서 (진짜 올해 KPI 급)

수많은 경조사 (Feat. 청첩장 6개)

나의 웨딩촬영

몇 달 전에 잡아뒀기에 취소할 수 없는 약속들


다행히 9월쯤 사태를 파악하고 새로 생기려는 약속도 모두 11월 이후로 미뤄두었으나, 이미 10월의 바쁨은 운명처럼 예정되어 있다. 마침 연휴 시작 전 2번째 코로나에 걸려 며칠이나 날려먹었기에, 거의 2주 넘어만에 삶의 현장 속에 뛰어드는 마음이 참 무겁고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뛰어드는 삶의 현장이 행여나 얼음물처럼 차갑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니까. 그래도 그 얼음물에 심장이 너무 놀라지 않을 수 있도록, 연휴 마지막 날을 맞이하여 방 청소를 하기로 했다.

버라이어티가 우리 인생이고, 우리 인생이 예능이고,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용기 내어 '입수'한다. 

갑자기 웬 청소냐고?


나는 예상되는 부정적 상태(바쁨/피로 등등)가 있을 때, 꼭 미리 청소를 한다. 아무리 '멘탈을 잘 잡아야지' 염불을 외워도, 몰아치는 피로 앞에 지쳐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방이 아무리 지저분해졌더라도 청소할 의지도 힘도 없다. 신기하게도 몸과 마음이 피곤한 날에는 방바닥의 머리카락 하나, 화장실의 얼룩 하나가 더 잘 들어온다. 밖에서 시달리고 찌들어 집에 들어온 날, 이 모습을 보면 마치 해야 할 일(청소)이 하나 늘어난 것처럼 느낀다. 실제로 청소가 엄청 급한 것도 아니고, 또 당장 청소할 생각이 없더라도 신기하게도 그렇게 된다. 이렇게 처리하지도 않을(못할) 작은 할 일들은 이빨 빠진 테트리스 마냥 차곡차곡 쌓여서 우리를 GAME OVER로 몰고 간다. 조금만 더 침착하게 대응했더라면 깰 수 있었던 판을 망쳐 버린 것은, 정작 큰 문제가 아니라 삶 속의 작은 균열일지도 모른다. 

피곤한 상태에서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쌓는 것은 , 좌상단 빨간 블록처럼 전체를 망쳐버릴지도 모른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부정적 환경에서 약해져 있는 나에게 사소한 스트레스(방의 지저분함 따위)가 스며들지 않도록 대비하고자 한다. 청소가 아닌 어떤 것이라도 좋다. 오늘 방에 부족한 물건을 파악해서 미리 지퍼백과 수세미를 다이소에서 사 오고, 바쁠 평일을 대비해서 운동도 다녀오려고 한다. 이런 것들은 평일의 내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미리 해두는 순간에는 그 가치를 모른다. 하지만 수세미가 없어서 설거지를 못하는 순간에 알 것이고, 평일에 며칠 연속 운동을 못 가서 스트레스받는 순간 알게 된다.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오늘 데블스플랜을 보기 전에 다이소에 다녀올 것이다.


연휴가 길어서 이번 주 남은 기간도 휴가를 쓰고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았다. 나처럼 마음 냉수마찰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뛰어드는 삶의 현장이 생각보다 더 차갑더라도 모두 감기 안 걸리시길 바란다. 마침 환절기라 더 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혹시나 예상된(혹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불행 도미노를 쓰러뜨렸더라도 멈추는 지혜를 발휘하시기 바란다. 불행의 도미노는 처음부터 중간중간 구멍이 뚫려있다. 즉, 얼마 안 가 멈추는 도미노라는 뜻이다. 굳이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데 실수로 연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미래의 나에게도 하는 말이다.

청소 한번 미리 하면, 저 손바닥 생기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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