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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Mar 24. 2022

뇌절하는 나의 투자 인생,
자발적 존버가 필요해!

어쩌면 반성하려고 투자를 하는 건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화장실 가기? 메신저 확인? 물 마시기?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바뀌었다. 정답은 코인 가격과 나의 수익을 확인하는 일이다.


늘 존버를 외치지만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코인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어차피 존버를 할 거라면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아마도 아직 손해가 크지 않고 수익을 기대해서 그런 것 같은데, 코인의 가격이 더 떨어져서 큰 폭의 손해가 나면 그때는 정말 쳐다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나처럼) 존버를 외치며 어플을 지웠다고 말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훌륭한 멘탈이 아닌 이미 하락빔에 두들겨 맞은 계좌 덕에 (타의적)존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자면, 나처럼 투자를 못하는 사람은

손해가 발생해야 계좌를 쳐다보지 않는 인내심을 얻게 되고,

수익이 기대되는 경우에는 시도 때도 없이 계좌를 들여다보게 된다.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작은 수익만 발생해도 매도를 하게 된다. 

물론 내가 매도하고 나면 그 주식이나 코인은 바로 떡상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래 같은 짤을 보며 내 이야기구나 하며 공감을 하게 된다.

투자가 실패하는 과정(마지막 떡상 장면이 나오기 전에 나는 이미 손절했을 것 같다.)

이런 짤을 보고 있으면, 진심으로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흔히 야구에 베이징 뉴비가 있다면, 투자에는 코로나 뉴비가 있다. 나 역시 회사원이 된 '20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코로나 뉴비'에 해당한다. '20년 초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 나는 코스피 1800에서도 곱버스를 매수했다. 뉴비의 도박 마인드로 20대 남자가 투자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에 작게나마 공헌을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런저런 공부를 통해서 나름 잃지 않는(대신 적게 버는) 투자를 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높지 않은 수익률이다. 근데 어쨌든 수익을 내고 있는데 나는 이걸 왜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 적어도 존버도 하고, 수익 실현도 해낸다는 의미 아닐까? 세상에 돈을 잃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말이다.

투자수익률 최하위 집단 : 20대 남자


아마 진짜 문제는 수익률을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와 비교하며 조급해져 가는 내 마음인 것 같다. 누구는 집이 부자라서 증여를 받았다고 하고, 누구는 무슨무슨 코인 대박으로 몇천만원씩 벌었다고 하는데, 나의 자산은 여전히 작고 소중한 것만 같다. 그래서 조급해진 마음은 처음 세워놓은 투자의 원칙을 흔들게 되고, 나는 또 뇌절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타의적 존버가 끝나는 순간 더 참지 못하고 작은 수익을 실현한다. 


최근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투자 썰을 풀어본다.

작년 말부터 나는 해외사이트를 통해서 Defi 투자를 진행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코인을 사서 예치하면 이자로 코인을 주는 것이고, 예금과 달리 코인 가치의 변동성이라는 위험이 있기에 이자로 지급되는 코인의 개수가 비교적 많은 상품이었다. 나는 주변 코인쟁이 친구와 여러 번의 논의 끝에, 해당 상품을 사서 무조건 연말까지 존버를 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내 기준 꽤 큰돈을 투자하였다.
하지만 코인의 가치는 머지않아 폭락하였고, 이자로 코인의 개수가 늘어났음에도 코인 자체의 가격이 폭락했으므로 나의 수익률은 -60% 수준이었다. 하지만 개박살난 계좌를 보며 나는 '어차피 존버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덕분에 존버를 할 수 있었다. 그사이 몇 달이 지나서 코인의 가치는 급상승하였고, -60%의 수익률은 +10% 정도에 도달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60%였던 코인의 가치가 +10%까지 왔다는 것은 단기간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승을 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한번 정도 수익을 실현할만하다. 여기서 내렸다가 다시 탄다면, 그게 더 좋은 판단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그래서 결국 1년 존버를 다짐한 코인을 3개월 만에 팔아버렸다. 실제로 가격은 살짝 떨어졌지만, 더 떨어지겠지 욕심을 내며 바로 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코인은 내가 팔고 일주일 만에 2배가 되었다. 달까지 가버렸다. 아마 내가 그래로 가지고 있었다면 기존 가격의 220%가 되어 120%의 수익을 안겼을 것이다. 하지만 버스는 떠나버렸다. 친구는 나보다 이틀 후에 팔아버렸다. 우리 둘은 '우리는 부자가 될 운명이 아닌가?' 따위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반성을 해보려고 한다. 최근에 있었던 또 한 번의 기회를 나는 왜 놓쳐버렸을까? -60%의 폭락도 참아냈으면서, 왜 큰 이득을 보지 못했을까?


타의적 존버가 끝나고 자의적 존버가 필요한 순간이 오자 바로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더 큰 욕심을 내며 저점을 잡으려고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손익 실현의 기회가 오자 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 내가 세워놓은 계획을 그대로 실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는 '투자는 대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다음에는 이렇게 대응하지 않고 존버 하다가 또 후회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어차피 대응을 잘할 만큼 투자에 밝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꼭 한 번쯤은,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 가격의 순간까지 기다려보려고 한다.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 자발적 존버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왔을 때, 그것을 딱 한 번만 해보려고 한다. MBTI는 극도로 J인데, 투자도 한 번쯤 J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웃기려고 글을 썼는데, 결국 반성만 하고 끝나는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뇌 관련 서적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시련 후에 행복을 더 잘 느낀다고 한다. 이상한 투자 방식으로 손해를 봐도 혹은 수익을 봐도 늘 쓴맛만 본 나인데, 이것들이 더 큰 행복을 위한 시련이었으면 한다. (3/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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