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봉주 변호사 Aug 31. 2022

영화 <알라딘> 리뷰 (2)

줄거리와 법률 쟁점: 앵무새 이아고는 드론?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라. 앵무새 이아고가 훔쳐보는 것


알라딘에서 유일한 악역은 재상 자파이다. 알라딘한테 원숭이 아부가 있다면 자파한테 앵무새 이아고가 있다. 이아고는 원작에서는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고 하는데, 실사 영화에서는 적극적인 대화까지는 불가능하지만 자파의 의중을 읽고 자파의 이익을 위하여 염탐 행위를 한다. 이아고는 알라딘이 처음에 궁에 침입하기 위해 경비병들을 따돌리는 행동을 모두 목격하고, 결정적으로 알라딘과 지니, 알라딘과 자스민이 나누는 대화도 몰래 보고 엿듣는다. 나는 이아고를 보면서 당연히 드론의 폐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범죄는 이아고를 이용한 행위라는 생각 한다. 


이아고는 자파가 모든 움직임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파를 위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엿듣는 행위를 하는 것이 핵심이고 가장 강점은 하늘을 날기 때문에 염탐 행위의 공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드론이다. 드론을 이용해서 남의 집을 엿보는 행위가 최근에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고 형사적으로 죄책도 문제 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은 드론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 집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성관계 영상이라서 성폭력처벌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가 문제 된 것이었다. 만약 성관계가 아닌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했다면 형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는지는 아직 사례가 없는 것 같다. 성관계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당해도 사생활 침해는 맞고, 사생활 침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할 수 있지만 민사 책임 외에 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 자파가 알라딘을 물에 빠져 죽게 하는 행위 


알라딘이 첫 번째 소원을 사용해서 알리 왕자 행세를 하고 궁에 들어오지만 자파는 알리 왕자가 알라딘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알리 왕자를 납치해서 의자에 묶은 뒤 창가에서 밀어버린다. 자파는 알리 왕자한테 알라딘이라는 자백을 받아내려고 하지만 알라딘이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 않자, 알라딘의 손과 발을 의자에 묶어 창 밖에 있는 물로 떨어뜨리는데 자파의 행동은 알라딘에 대해 어떤 범죄가 성립하는지 살펴보자. 


자파는 알리 왕자가 알라딘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알라딘이 이를 극구 부인하면서 자신은 알리 왕자가 맞다고 한다. 그러자 자파는, 알리 왕자의 손과 발을 의자에 묶어 창 밖의 물속으로 떨어뜨려서 죽으면 알리 왕자가 맞고, 만약 알라딘이 알리 왕자 행세를 한 것이라면 지니가 와서 알리 왕자를 구해줄 것이니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면서 알리 왕자를 창 밖으로 밀어 물속에 빠뜨린다. 그리고 알리 왕자는 알라딘이 맞기 때문에 알라딘은 익사할 뻔했지만 지니가 와서 구해줬다. 이 경우에 자파한테 알라딘에 대해서 살인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 된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살인의 고의가 필요한데, 자파한테 알라딘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자파는 알리 왕자가 맞다면 죽을 것이고 알리 왕자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므로 알리 왕자에 대해서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 하지만 알라딘이라면 지니가 와서 구해줄 테니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경우에도 살인의 고의가 인정될까. 


그러나 알리 왕자든 알라딘이든 자파가 죽이려고 하는 대상은 한 명이고 자파는 그 대상을 오인하지 않고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있으며, 다만 그 대상이 실제 누구인지만 알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그 대상을 의자에 묶어 창 밖 물속에 빠뜨리면 죽을 것이라는 것도 예상했기 때문에 자파가 의자에 팔다리가 묶인 사람을 창 밖 물속으로 빠뜨리는 행위는 그 사람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어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다만 그 사람의 실제 이름을 알지 못할 뿐인데 피해자의 이름을 모른다고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알라딘은 지니가 구해주므로 결과적으로 살인미수죄가 된다.  




바. 자파가 알라딘한테 램프를 가져오라고 시킨 행위


자파는 동굴 속에 있는 램프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동굴 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진흙 속 보석’ 자격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고 룰을 지키지 않으면 동굴이 폭발하면서 동굴에 갇힐 수도 있어서 직접 램프를 가져오지 못한다. 그래서 자파는 알라딘을 납치해서 동굴 속 램프를 가져오면 공주를 사로잡을 만큼의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유혹을 하고 공주를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알라딘이 자파의 제안을 수락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자파의 행동이 알라딘에 대한 강요죄가 되는지 문제 되는데,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알라딘이 목숨을 걸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램프를 가져오는 것은 의무 없는 일이 맞지만 자파가 알라딘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했는지가 좀 애매하다. 자파가 알라딘을 납치해서 눈을 가리고 사막으로 데려와서 제안을 한 것은 맞지만 자파는 알라딘한테 램프를 가져오면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고 알라딘이 이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파가 알라딘의 의사에 반해서 눈을 가리고 사막으로 데려왔고 알라딘이 납치된 경위나 현재 상황을 보면 알라딘한테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의 자유가 인정됐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자파가 알라딘한테 램프를 가져오도록 시킨 행위는 강요죄가 된다고 봐야 한다. 


사. 진짜 후기


영화가 너무 유명하면 안 봤는데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는데 알라딘이 그런 영화였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줄거리도 새롭고 솔직히 결말도 몰랐는데, 물론 좋은 편이 승리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끝나는지 몰라서 영화를 더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지니 역할을 맡은 윌 스미스가 이 영화 재미의 팔 할이라고 느꼈다. 왜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 실사판 중에서 성공작이라고 말하는지 영화를 보고 나면 공감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플리> 리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