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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Feb 13. 2018

32살

이미 늦었다고 하기엔 억울하고, 무모해지기엔 무서운 나이

 3년 전, 서른을 목전에 둔 29살의 겨울은 유독 마음이 추웠다. 30살의 심리학, 서른살엔 미처 몰랐던 것 등등..유독 30이라는 숫자와 관련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 서적이 많은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수많은 20-30대 또한 30이라는 나이에 대한 이유없는 막막함과 무거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30에서도 2년이 더 흐른 32살의 나는, 마음이 추웠던 29살의 나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하며 살고 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에서 시작된 고민은 이제껏 열심히 살아왔던 나의 지난 31년의 인생을 열심히 부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3년 전과 똑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는거라면, 결국 지금 이 순간에까지 하고 있는 걱정과 고민은 역시나 생각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32살. 이미 늦었다고 하기엔 뭔가 억울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무모해지기엔 무서운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사는 인생, 원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보자고.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내가 처음으로 떠올린 일이 바로, 글쓰기였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 32살은 아직 기대수명의 1/3도 채 되지 않았다. 책이나 드라마에서 1/3 지점이란 이제 막 등장인물의 소개와 스토리라인이 전개되는 시점이자 이어지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한 포석을 까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남은 인생의 2/3을 위한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바로 삶의 순간순간 내리게 되는 선택들을 통해서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선택이 당신의 삶을 완벽히 만족스럽게 만들지 못했을 수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인생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고 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후회스럽다 말하는 사람을 찾는 것 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의 삶에 만족보다는 후회와 미련이 더 남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31년간 내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中>



 내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작가는 과거에 대한 회상은 현재를 살 수 없게 한다 하였다. 어느정도 동감은 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인간은 새와 달리 날기 위해선 일단 똑바로 설 수 있는 단단한 지반이 필요하고, 그 지반은 지금껏 스스로가 만들어 온 과거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모든 순간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껏 31년의 인생을 살아왔고, 그 안에서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일들과, 이랬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는 충고를 해주고 싶은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지난날의 내 선택과 고민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해 나가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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