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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ug 08. 2020

'코뭥' 아니고 '코뷩'도 아니고 '코붱' 입니다

좀 더 신중하게 필명을 정할 것을 그랬다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일들을 다수 경험하긴 했지만 이런 일은 진짜로 예상치 못했다.


며칠 전 출판사에서 메일이 한통 왔다. 교보문고 사이트 내에 잘못 표기되어 있는 내 필명을 제대로 표기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좌) 예스24, (우) 알라딘의 저자소개 화면


사실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하여 출판사 대표님은 애초에 염두하고 있었더랬다. 내 필명에 있는 ‘붱(붜ㅇ)’이라는 글자가 원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글자가 아니기에 각 온라인 서점들에 내 책의 DB를 등록할 때 추가로 ‘붱’이란 글자의 표기를 가능케 해주십사 요청드릴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주시긴 했다.


다행히 알라딘과 예스24는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 문제없이 ‘붱’이라는 글자가 표기됐다. 문제는 교보문고였다. 교보문고에서도 책 판매 페이지의 상단에 나오는 저자명은 ‘코붱’으로 정상적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문제가 된 부분은 판매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저자 소개’ 란이었다.




저자 소개란에 ‘붱’이라는 글자를 입력하면 계속 ‘?’ 라고밖에 표기가 안 된다고 한다. 아마도 교보문고 서버에 등록된 폰트가 ‘붱’이라는 글자를 인식하지 못해서라고 짐작은 했지만 어찌 됐건 그러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교보문고에서는 나의 필명을 제대로 표시해줄 수가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교보문고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은 해주신 것 같다. 상단 페이지에 있는 저자명은 ‘코붱’으로 제대로 나오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의 필명이 잘못 표기되어 있다는 것을 내가 알게 된 경로에 있다.


며칠 전 인스타로 DM이 하나 왔다.


‘작가님 필명이 ** 사이트에 잘못 표기되어 있네요.’


평소 친분이 있던 브런치 작가이자 인스타 인친님의 메시지였다. 일부러 시간을 들여 내게 그 소식을 전해주셨을 것이 분명한 그분의 마음에 보답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살다 보면 내 힘으론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이 생긴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들로 인해 익히 알고는 있었다. 그렇게 나 혼자의 힘으론 도저히 ‘어떻게도 해볼 수 없는 일’은 속에 담아두지 말고 그냥 잊고 사는 게 나의 오늘을 더 평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닌데. 단지 글자 하나를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다는 그 사실은 나를 한동안 조금 침울하게 만들었다.


필명을 ‘코부엉’으로 했어야 했나.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내 선택까지 들춰보며 자책하던 나는 곧 이 사실을 그저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코뷩(뷔ㅇ)’ 이면 어떻고 ‘코붱(붜ㅇ)’이면 어떤가. 그 옆에 나란히 쓰인 ‘김연정’이라는 내 본명은 문제없이 표기되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10월 출간을 목표로 현재 집필 중인 전자책도 원래는 내 필명으로 발표하려고 했는데 웬만하면 본명으로 출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이번처럼 나 외의 다른 사람이 내 필명이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 쓰실 일은 없을 테니까.


그래야 이번처럼 나 스스로가 누군가의 기대와 마음에 보답하지 못해 속상해할 일도 없을 테니까.






이러한 연유로 교보문고 판매 페이지에 있는 저자소개란에서 저는 '코뷩(코뷔ㅇ)'이 되었습니다ㅎㅎ

혹시 또 '코뷩'을 보며 저보다도 더 가슴 아파해하실 분들이 생기실까 염려되어 이 글을 썼어요.


조치해주실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주신 교보문고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드디어 다음 주면 제 책의 배본이 시작되겠네요.


구독자 여러분. 오랜 시간 기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디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가 여러분들께 좋은 책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0.08.0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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