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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Oct 18. 2020

글태기가 온 당신이 돌아봐야 할 것

독서노트-『글의 품격』, 이기주, 황소북스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


1. 온라인 독서모임의 선정 도서였다.

2. 『언어의 온도』라는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가 생각하는 글의 '품격'이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1. 글쓰기에 관심은 있으나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 중인 글쓰기 초보

2. 글을 써도 다 마음에 안 들고 이대로 계속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인 슬럼프에 빠진 작가

3.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쓰기 습관이 궁금한 사람들

4. 전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 몇 가지만 꼽자면>


헤밍웨이는 1950년에 《강 건너 숲 속으로》라는 책을 출간했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제 헤밍웨이는 끝났다"는 가혹한 비평에 시달리던 그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펜을 내려놓는 대신 글쓰기라는 자신의 바다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홀로 낚싯줄을 드리우는 산티아고처럼, 헤밍웨이는 1952년 슬럼프와 세간의 혹평을 밀쳐내고 《노인과 바다》를 내놓았다.

-『글의 품격』, 이기주 저 , 황소북스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던 내용이다. 헤밍웨이를 세기의 작가로 만들어준 《노인과 바다》가 2년의 슬럼프와 세간의 혹평을 이겨내고 써낸 것이었다니. 더 이상 내가 원하는 수준의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려 며칠 째 한글창을 켜지 않고 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창을 휘두르는 것이 용병의 임무인 것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는 책상에 앉아 생각과 감정을 소모하며 자판을 두드린다.

지난날 예리한 창과 튼튼한 방패를 지닌 용병이 전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듯이, 자기만의 리듬을 잃지 않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작가만이 꾸준히 책을 펴낼 수 있다.

-『글의 품격』, 이기주 저 , 황소북스 


생각해보면 내 글쓰기 루틴이 흐트러진 순간부터 내 글도 멈췄다. 다시 한번 매일 아침 40분씩 타이머를 켜고 글을 써야 할 때가 왔다. 아무런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시간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지만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날 붙잡고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이 무엇이죠?"하고 물으면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작가라면 당연히 믿음이죠"라고 답할 것이다.

짧지 않은 무명 시절 동안 내가 펜을 들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내 문장에 깃든 개성에 대한 믿음을 한순간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의 품격』, 이기주 저 , 황소북스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을 작가 스스로 갖고 있지 않으면 그 글은 설 자리를 잃는다. 내가 써낸 문장의 힘과 가치를 믿고 꾸준히 글을 써나가는 것. 그것이 무명의 신인작가인 내가 현재 지녀야 할 태도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기주 작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아닌 '운'으로 뜬 작가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어떤 작가는 그에게 글쓰기 비법이 아닌 '홍보 능력'을 묻고 싶다고까지 말했는데, 나 역시 그 생각에 일정 부분 동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의 품격』을 읽고 나서 일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매우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기주라는 작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글의 품격에 인용한 수많은 인용문들을 보며 그가 적어도 그저 '운이 좋아' 성공한 사람이라는 편견은 사라졌다. 


그는 매우 성실한 작가였다. 문장을 수집하고 생각을 발효시켜 자신만의 글로 풀어내는 일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았을 그의 일상이 책을 읽는 내내 선명히 그려졌다.


사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만의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은『글의 품격』이라는 제목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있어서였다.


요즘 나는 글이 잘 안 써진다. 그리고 이걸 핑계로 글을 쓰는 나만의 리듬을 잃어버렸다. 글을 쓰던 리듬을 잃으니 글은 더 안 써졌다. 악순환이었다.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작가라면 최소한 글쓰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시간을 일부러라도 내어 꾸준히 자기만의 생각을 글로써 표현해 나가는 것이 작가로서 해야 할 일임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으면서 실제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고 있던 그간의 내 행동들을 깊게 반성했다.


'글태기'가 온 모든 작가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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