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 돌을 앞두고 있는 딸아이가 요즘 통 잠을 못 잔다. 지금까지는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았던 낮잠 입면 시간도 요 며칠은 1시간에서 2시간 가까이 넘어가기 일쑤에 (어제는 아예 낮잠을 안 잠) 밤에는 매번 한 번씩 깨서 안방에 찾아오는 일이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내 몸의 리듬이 무너졌다. 나는 체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래서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엔 나 역시 최소 1시간은 낮잠을 자야 오후 시간에 힘내서 육아도 하고 집안일도 하는데 낮잠은커녕 밤잠까지 새벽마다 깨기를 반복하니 아닌 말로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그저 좋아하기만 한다. 엄마 아빠랑 같이 자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짜증을 낼 수도 없지만 그래서 더 문드러지는 내 속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오늘 아침엔 도저히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서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제대로 웃어주질 못했다. 감정을 담았다간 화를 내거나 일그러진 표정밖에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감정을 실지 않아도 엄마는 아침을 차리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빨래를 돌릴 수 있다. 그저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을 하나씩 해치우는 것에만 집중하고 시끄러운 마음속 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아이가 두 시간을 채 자지 않았던 백일 무렵. 하루 중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언제쯤 되어야 아이가 잠도 좀 길게 자고 나도 밥 좀 편히 먹고 책도 좀 읽고 할 수 있을까. 대체 언제쯤 되어야 예전의 내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된 건 아이가 돌이 지나며 6시간씩, 8시간씩 밤잠 시간이 늘어나면서부터였다. 아이가 나를 찾지 않고 그저 고요히 잠에 빠져드는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마라는 역할에서 빠져나와 나라는 한 사람으로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으니까.
글을 쓰다 보니 요즘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알겠다. 나는 엄마가 아닌 나로 사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이의 밥을 차리고 놀아주고 잠을 재우며 틈틈이 집안일을 하는 엄마로서의 삶 안에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글도 쓰는 나로서의 삶도 끼워 넣어줬어야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도 조금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평소엔 깊은 바닷속에 살지만 숨을 쉬기 위해선 반드시 물 위로 올라와야 하는 고래처럼 나에게도 잠시나마 오직 나라는 존재로 사는 시간을 줘야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평소처럼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며 쓰진 못하지만, 아이가 잠을 자고 집안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고요한 시간이 아닌, 설거지를 막 끝내고 애기가 자꾸 와서 같이 놀자고 보채는 가운데에도 끝내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막힌 숨을 토해내고 있다. 그래야 엄마로서든 나로서든 또 하루를 버텨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또 삶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오늘의 숨 고르기는 이걸로 됐다.
이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