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짜 응원 말고요

by 엄지혜

청탁받지 않고 쓰는 원고는 오랜만이다.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에게는 '뭐라도 쓸 것', '꾸준히 쓸 것'을 그렇게 강조해놓고, 강사가 쓰지 않는다는 건 창피한 일이기에. 나도 한번 써본다.


말들 시리즈를 쓰고, 또 사람 이야기를 쓰고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돌봄의 말들을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위로의 말들을 써볼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하는 자녀들의 인터뷰집을 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건, 조각조각 모아 놓았던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응원의 말들. 가짜 응원이 아니라 진짜 응원의 말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469044765_8736690743052319_1547861525875172053_n.jpg 사진을 올렸다고 아들한테 혼났다. 저작권료 3천 원을 지불하고 겨우 살았다.


작년 12월, 아이는 내 컴퓨터에 쪽지를 하나 놓고 갔다. "엄마 일도 스트레스 받으며 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 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종종 보는 아이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했나보다. 하기야 가끔 마감이 촉박하면 남편과 아이한테 "엄마 지금 집중해야 하니까, 30분만 말하지 말자."라며 침묵을 권하곤 했다. 요즘은 아이가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쓰고 숙제를 한다. (귀요미 아들)


여기에 쓰는 글은 일단 - 계약하지 않은 원고 - 퇴고 없이 쓰는 조각글이다. 30분 컷으로 쓰는 글. 힘 주고 쓰면 시작을 못할 것 같아서. 페이스북에 짧은 조각글을 남기는 것처럼 일단 한 번 모아보려고 한다.


"편하게 하세요." 이 쉬운 말을 누군가에게도 건네고 싶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