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MBTI 뭐예요?"
"어, 저는 ENFP이지만, 그게 또 한 쪽에 치우진 게 아니라 퍼센트로 보면 거의 비슷비슷해요."
"오... F구나!"
"T처럼 보이죠? ㅎㅎ 일할 땐 T예요."
명절의 끝물(?) 오랜만에 압구정에 갔다. 내가 강남까지 누구를 만나러 간다는 건, 그 상대를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콜링북스를 너무 사랑하니까 -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감당했다. 오늘의 만남은 유선사 대표님과 함께. 이렇게 셋이서 만나는 건 오늘이 처음. 군산북페어에서 두 분이 만났는데 셋이 한 번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고. (말만 하지 않는 우리 셋! 아주 훌륭해)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롱런하고 있는 식당 <뱃고동>에서 오징어볶음과 오징어튀김을 먹고 커피를 사서 콜링북스에 갔다. 강남에 있는 3평 서점 <콜링북스>를 4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지나 대표님은 내 생애 첫 글쓰기 수업에서 수강생과 강사로 만났다. 지금도 힘들지만, 만만치 않은 우울 속에 허우적댔을 때 - 지나 대표님을 8주간 만난 게 큰 위로였다.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는 복귀하기 싫고, 고립을 자처했을 때, 지나 대표님의 따뜻한 응원에 많이 빚졌다. 당시 매우 실망한 관계들이 많았는데, 지나 대표님 덕분에 이겨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에 '사랑이 많은 사람'의 주인공이 바로 지나 님이다)
오늘은 유선사 대표님과도 딥 토크를 했다. 딥 토크란 무엇인가. 평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콸콸콸 쏟아낸 것.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주는 위로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데, "아, 하나님이 오늘 이 말 들으라고 만남을 주선해주셨구나" 싶었다. Y사 기자 시절, 유선사 대표님은 M사 마케터였다. 그땐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는데 - 이경미 감독님 에세이 연재를 같이 하면서 친밀해졌다. 유선사 대표님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주관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인데. 또 하나 편견이 없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 내가 싫으면 싫은 거. 내 주변엔 이런 사람이 매우 드물어, 나는 종종 쾌감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엄청난 일잘러다. 그리고 T다.
F와 T. T처럼 보이지만 F인 나. 셋의 만남은 참 좋았다. 역시 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가 풀리는 듯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E인 것 같다. 이렇게 또 버틸 힘을 주시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