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두 번째 명절 때, 프라하를 갔다. 첫 명절도 아닌데 왜 못 감? 10월에 결혼하고 첫 명절 설을 보내고, 그해 추석 때 갔는데. 음... 불효였던가? 부부가 같이 휴가 내기 어려웠던 때라 - 나는 그닥 죄송하진 않았는데, 가끔 너 용기 있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모르겠다. 나는 안 죄송하다)
결혼 14년 만에 올해 추석은 양가를 처음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식이요법하는 남편의 음식을 싸가기도 어렵고, 남편이 먹지도 못하는 전을 내가 주구장창 만들고 싶지도 않고, 시댁을 안 가니 친정도 안 가야 할 것 같고. 형평성? 고기 끊었는데 우리 친정은 무조건 소고기니까. 술도 못 마시는 우리 남편, 괜히 서로 불편할까봐 만두에게 미안하지만 집에서 설을 보내기로 했다. 대신 왕만두 생일이 껴 있어서, 친구 5명 초대해서 생파해주기로.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거늘, 시댁은 시댁. 며느리는 며느리다. 아무리 남편이 잘 도와준다거늘, 명절은 남자들이 왕이 되는 날. 에휴… 회사 안 가는 것 빼고는 싫다. 엊그제 만두가 물었다. "엄마는 아들 낳고 싶었어? 딸 낳고 싶었어?" "당근 아들이지. 대한민국에서는 여자가 살기 어려워. 약자일 때가 많아서." 초등 아이 앉혀 놓고 남녀평등으로 가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읊기도 어렵고.
(중략)
이번 명절에는 글 마감이 두 개 있어서, 이틀은 일하고 - 이틀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개천절 점심, 수원, 일산, 상암에 사는 친구들 나 포함 다섯 명. 서울 식당은 내가 젤 잘 아니까, 광화문 <도우룸> 픽. (첨 가봄, 지인 추천) 생면 파스타, 미쉐린, 전망 짱 좋음 - 맛있게 먹긴 했지만, 얼마 전 가본 옥수동 <더 코너 키친> 피자가 더 맛있었다. (킹왕짱) 친구들이랑 폭풍 수다 떨다가 나는 또 눈물 맺히고. 음.. 나는 내가 중심인 수다가 별론데, 3년 동안 늘 "기도 부탁"을 해야 했으니. 갑자기 친구들이 내게 건넨 선물을 보고, 나는 몹시 놀랐고. 아...... 이래서 가족보다 친구라고 하는가. 나이 들어 같은 동네 살자고,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는 친구들. 그 꿈이 이뤄지기를.
명절 연휴 3일차 - 오늘은 교회를 가고, 아이는 교회 선생님께 최애 선물 레고를 받고, 나는 내일 아들 생일상을 조촐히 차린다. 내 부모님들은 나에게 서운해 하실까. 남편 병 간호해야 하는 내 사정을 이해하실 테니 별 생각을 안 하실까. 나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했으니, 당분간은 좀 이기적으로 살고 싶은데. 그런 성격도 못 되니. 하지만 언니가 "너는 그래도 된다" 했으니, 그 말을 위안 삼고, 타인의 서운함을 염려하여 감정노동을 사서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싶다.
과연 내년 추석에는 내가 어찌 살고 있을까. 3개월 단위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사는,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