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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Jun 23. 2016

소소한 즐거움

『우는 어른(泣く大人)』  2001년 7월, 카도카와 문고


#읽기 전 유의사항

하나. 어디까지나 이 번역은 번역자의 취미생활의 일부로 스크랩은 허용하지 않아요.

둘. 괄호, 사진+α은 이해를 위해 번역자가 넣은 것으로 본문에는 없어요.

셋. "의역"한 부분이 많으므로 연구대상으로 할 경우 직접 본문을 참조해 주세요.


소소한 즐거움 ささやかなたのしみ


손수건을 좋아해서, 꽤 많이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새하얀 천에 미피(토끼 캐릭터)가 붙어있는 것

작은 딸기 모양이 있는 것

칸텐(寒天)*같이 간소한 격자무늬가 있는 것(색깔은 담백한 핑크)......

칸텐(寒天):우무를 동결탈수하거나 압착탈수하여 건조시킨 제리같은 것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금도 버리지 않고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쇼핑은 엄청 좋아했어도 돈은 없어서

 

손수건만 살 수 있었다.



옷도 신발도 선뜻 살 수 없었지만

손수건이라면 괜찮았으니까.



윈도 쇼핑만 잔뜩 하고서는


겨울이면 겨울스러운 색,

여름이면 여름 느낌이 나는 것으로


한 두 장 사는 게

낙이었다.


얇고 팔랑팔랑 거리는,

이른바 [아줌마용] 손수건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드물게 아름다운 것도 있어서

예를 들면 눈에 스며들 정도로 선명한 진한 분홍색 천에

흰색과 감색, 연한 청색의 들꽃이 뻗어 있는 것이라든가


하얀 천에 하얀 물방울과 파란색 작은 꽃이 띄엄띄엄 박혀져 있는 것 같은 건

애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건 남녀공용인 것.


같은 면이라도 좀 더 빳빳한 것이라든가 혹은 마로 된 것.

큰 것이 좋다.


초등학교 때 쓰던 가제 손수건도 그립다.

그런데 난 매해 여름,

손수건을 2~5장 정도는 잃어버린다.


모두가 질려할 만큼

매해 여름

 

꼭 떨어뜨리고 마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하면

 

난 더위를 잘 타는 편이라

걸으면서도 줄곧 손수건을 꼭 쥐고 있는데


냉방이 잘 되는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그 사실을 깜빡해서


후-하고 안도의 한숨을 쉼과 동시에

손에 들어간 힘도 쓰-윽 빠져버리는 가보다.


전철에서 내릴 때나

냉방이 잘 되는 건물 안에서


종종 뒤에서 모르는 사람이

"저기요, 손수건 떨어뜨렸는데요."하고 불러 세울 때가 있다.


물론 그런 건 운이 좋을 때고

지금껏 대부분 아무도 모르게- 혹은 알아도 알려주지 않아서-

떨어뜨리고 만 손수건이 도대체 몇 장정도일까.


여름에는 그래서

웬만하면 좋은 건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끔(예를 들면 올해 8월 가나자와에서 있었던 것처럼)

엄청 좋아하는 손수건(매끈한 감촉의 마소재가 섞인 천. 연-한 하늘색으로 큼직한 꽃이 딱 하나, 컷워크풍으로 붙어 있었다)을 잃어버리고 만 일도 있다.

엉엉, 하고 울고 싶어 졌지만 울 수 없었다.

손수건이 없으니


그 때 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잃어버린 건 그만 잊어버리자, 고

야단스럽게 결심을 하고


큰 폭으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어서, 어디든 들어가서 새 것을 사야겠다고,

이미 반쯤은 설레이며.

매거진의 이전글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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