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지금처럼

by 지집아이

#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


어릴 땐 참 쉽게 글을 썼습니다.

지적하는 사람도, 눈치 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저 생각나는 대로 내 느낌대로 말하듯이 글을 썼으니까요.


방송 작가로 일한 지 14년, 지금은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칩니다. 더 좋은 표현을 위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아쉽지만, 그런 멋진 이유는 아닙니다. 그저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습관처럼 수정하고 또 수정했던 거죠.


"이건 방송용이 아니야."

"글이 좋으면 뭐해. *기깍기가 안 맞는데."

"번지르르하게 포장하지 말고, 정보 전달만 하라고."


이렇듯 방송에서 작가의 글은 작가만의 것이 아닙니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배 작가에 의해, PD에 의해 때론 팀장이나 국장에 의해 새로 써지죠. 물론, 모두 맞는 말이긴 합니다. 방송용으로 *기깍기 맞춰서 프로그램 성격에 어울리는 글을 착착 써내야 하는 것이 '방송작가'의 일이니까요. 문제는 단 하나, 제가 본 저의 글이 더 이상 솔직하지도 재미있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겁니다. 14년 동안,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방송이 원하는 글, 시청자에게 맞는 글만 썼기 때문이죠. 이런 저의 생각은 어느새 확신이 되어 방송용이 아닌 글은 쓰기가 두려워졌습니다.


'혹시, 내 글 보고 욕하는 거 아냐?'

'다들 싫어할까 봐 무서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겁'은 눈덩이처럼 커져갔고,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전 글쓰기를 멈춰야만 했죠.


그렇게 2년이 흐른 지금, 저는 다시 용기를 내기 위해 '브런치'를 찾았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고 그저 편하게 '글'을 써보자. 그러면 솔직했던, 재밌었던 또, 특별했던 나의 글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이 글이었습니다. 가장 익숙하고 편하게 전할 수 있는 나의 이야기, 가명(지희)으로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그게 바로 '서른여덟, 시집 안 간 둘째 딸'입니다.


참 많이 부족하고 미숙한 글임에도 기꺼이 마음을 열어 읽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잃어버렸던 흥미도 조금씩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 힘으로 솔직한 글, 재미있는 글, 특별한 글을 더 열심히 써볼게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 기깍기 : 방송 현장 일본 속어 / 기깍기가 잘 맞는다 = 문맥 앞뒤가 잘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