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아 <위로>
세상과 다른 눈으로 나를 사랑하는
세상과 다른 맘으로 나를 사랑하는
그런 그대가 나는 정말 좋다
나를 안아주려 하는 그대 그 품이
나를 잠재우고 나를 쉬게 한다
위로하려 하지 않는 그대 모습이
나에게 큰 위로였다
나의 어제에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에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에 그대가 있다
그댄 나의 미래다
나와 걸어주려 하는 그대 모습이
나를 웃게 하고 나를 쉬게 한다
옆에 있어주려 하는 그대 모습이
나에게 큰 위로였다
나의 어제에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에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에 그대가 있다
그댄 나의 미래다
- 권진아 <위로>
5년을 뜨겁게 연애하던 친구가 이별했다며 갑자기 찾아온 날, 나는 '괜찮아.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라고 했다. 그땐 그 말이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울며 가슴을 쥐어뜯던 그녀에게 분명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암(癌)'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는 후배에게 나는 '완쾌되실 거야. 힘내.'라고 했다. 그땐 그 말이 푸석한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던 후배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을 만큼 가슴 아픈 이별을 직접 겪어보니 '괜찮아.'란 말은 위로가 아니라 오히려 상처가 되어 가슴에 박혔다. '내가 괜찮지 않은데, 왜 네가 괜찮다고 하지?' 상대의 진심과는 상관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고, 당장이라도 "네가 뭘 알아!"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힘내'라는 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내라는 건지. 차라리 밥 한 끼, 커피 한 잔 사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됐다.
이렇게 위로하고, 또 위로를 받으며 살다 보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위로하려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걸. 힘들 때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내가 울 때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난, 마음이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권진아의 <위로>를 듣는다. 모두가 등을 돌려도 손을 내밀어줄 사람, 두 손을 크게 벌려 언제든 나를 안아줄 사람, 그냥 말없이 함께 걸어줄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그들의 존재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다짐한다.
그들에게 나도 그런 '미래'가 되어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