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dia <어른>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눈을 감아보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젠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X2)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 sondia <어른>
"작가님, 저... 술 한 잔만 사주세요."
몇 년 전, 함께 일하던 '막내 작가'가 내 퇴근길을 막아섰다. 평소 그 후배가 하는 말이라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가 전부였던 탓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떨리는 목소리가 제발 거절하지 말아 달라고 나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 가자." 그렇게 무심한 한 마디로 후배와 나는 어색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무슨 일 있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야?", "말을 해봐.", "대체 뭔데 그래." 궁금했던 나는 끊임없이 후배가 입을 열길 재촉했고, 그럴수록 그녀는 입을 더 꾹 다문채 술만 마셔댔다. 결국, 나의 조급함으로 뒤덮여버린 술자리는 1시간 만에 끝나버렸고, 서로 답답한 마음만 더 크게 나눠가진 채 지하철 역을 향해 나란히 걷게 되었다. 침묵과 한숨으로 밤공기가 더 차게 느껴지던 그 순간, 내내 입을 열지 않던 후배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요즘... 무슨 음악 들으세요?"
맙소사. 하라는 말은 안 하더니, 웬 음악 타령이람? 상황에 맞지 않는 그녀의 물음에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한참 어린 후배에게 '버럭' 화를 낼 순 없지 않은가.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핸드폰에 꽂힌 이어폰을 말없이 건네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함께 걷던 후배가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지나다니는 차도,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도 마치 보이지 않는 듯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 울고 또 울었다. 그때 이어폰을 타고 들려오던 노래가 바로 이 sondia의 <어른>이었다.
그렇게 폭풍 같던 시간이 한참 흐른 뒤, 후배는 그제야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방송 작가로 오래오래 일하고 싶은데, 선배들에게 계속 지적받고, 혼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요 며칠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작가' 말고는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말이다.
나는 그때 알았다.
후배가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배가 원한 건, 고민 상담이 아니라 그저 '공감'이었단 사실을. 그래서 곁에 있던 내가 아니라 우연히 듣게 된 '음악'에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을, 한결 밝아진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잘하고 있다고, 원래 혼나면서 배우는 거라고, 내가 도와줄 테니 더 열심히 해보라고.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뻔하디 뻔한 위로를 건넨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sondia의 <어른>을 다시 들어보며 후배의 마음을 되짚어보았다.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맘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나는 '아무도'가 되지 않을 수 없었나?
후배에게 무심했던 내가, 조급했던 내가, 짜증 냈던 내가, 그리고 뻔한 위로를 건넨 그 날의 내가 참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