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부적응

by 이피디

나긋하게 기내를 밝히던 전등이 하나 둘 씩 꺼지고 익숙한 소란스러움이 귓가에서 잦아들 때 쯤이면 나는 손목의 시계바늘을 고쳐 돌린다. 그러고나면 언제나 나의 긴 여정은 끝이 났다. 인천 행 비행기다. 칠흑같은 우주를 배경삼아 시계바늘을 돌리고 있으면 꼭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현실로 되돌아가는 SF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진다. '평생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는 남들보다 7시간을 더 많이 산 사람이 되는건가?' 라는 식의 하찮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보면 내 세상은 언제나 너라는 종착지에 닿았다.


우리 사이엔 늘 관계의 시차가 존재했다. 매번 벌어지고 마는 시차를 적응하지 못하고 자주 눈을 비비고 한숨을 쉬며 피곤해했다. 너라는 세상을 미처 다 이해하기도 전에 앞서가기를 반복하던 나는 뒤따라 오는 너에게 화를 냈다. 왜 나와 같지 않느냐고, 우리는 왜 같아질 수 없는 거냐고. 네가 사는 세상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고 함부로 어지럽혔다. 관계의 시차를 적응하지 못한 자의 발버둥이었다.


나와 온전하게 같아질 수 없는 것이 타인의 세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은 내가 이전보다 성숙해졌다는 의미일까. 누군가의 마음이 모두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된 것은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너와 나는 필연하게 다른 세상이어서 우리사이에 벌어진 시차는 어쩔수가 없는 일이었음을. 단언컨대 우리는 같아질 수 없고 차이를 줄이는 노력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너는 알고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