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없는 여행

by 이피디

당신은 도쿄의 어느 조용한 카페에 가고싶다고 했다.

창 밖으로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수시로 땡그랑 소리를 내며 문을 여는 사람들과

넉넉한 마음을 양손 가득 사들고 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교차한다.

모퉁이에선 오랜만에 만난 두 우정이 재잘거린다.

낯선 단어들의 나열이 이어지는데, 설익은 사랑을 속삭이는

어느 연인의 뒷 모습은 간지럽다.

사람들 사이로 커피볶는 향이 일렁인다.

오렌지빛으로 물이 든 공간.

당신은 그런것이 좋다고 했다.

.

나는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어느 공원에서 책을 읽고싶다고 했다.

분홍색 돗자리와 읽을 책 한 권을 가지고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싶다. 누워도 보고 엎드려도 보며

자꾸만 여행의 시간속에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그 어떤 존재들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운 시간.

나는 그런것이 좋다고 했다.

.

여행 참 별것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시차 부적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