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순 성우님께 1년 전 노크를 했다.
낭독을 만난 지 2년이 되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칠전팔기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삼세판인데 3년은 해보고 낭독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자 뭐 그런 마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기초반이 벌써 1년이 흘러 전문가반 졸업 낭독회까지 끝났다.
누군가는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왜 기초반부터 다시 시작하느냐고.
누군가는 “낭독해서 먹고살아?"라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던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 쓰이지 않았다.
좀 더 낭독을 잘하는 사람으로서 과거의 나처럼 살아가고 있는 50+에게 다가가 낭독을 전하면서 살아가고 싶어 달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성우님은 다음 수업을, 아니 다른 어떤 수업도 듣지 말라고 하셨다. 하산할 만큼 잘해서가 아니다. 쉬면서 홀로 책 한 권을 진행해 보라고 하셨다. 결국 나는 지금 허전한 몇 주를 보내고 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처음엔 어딘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온전한 쉼의 시간은 아닌 '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대로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벌려놓은 일들을 먼저 끝내라는 소리가 들린다. 진행하던 소설 녹음과 점자 도서관을 위한 녹음을 어서 마치라고. 5월 말 이사를 위해 곳곳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짐들도 정리하라는.
그래도 점점 이 시간이 귀하게 다가온다. 좀 쉬면 홀가분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테니까.
초보자를 위한 낭독 십계명
낭독 전 ‘ST0P’을 외치고 마음을 정돈하라
눈으로 읽으며 내용을 스케치하라.
4W-1H를 세팅하라
첫 감정을 계산하라
목소리에 얽매이지 말고 시원하게 뱉어라
최소한으로 쉬고 술어는 붙여라
꾸미는 품사를 강조하라
같은 듯 다르게! 조사와 어미를 다양하게 발화하라
사이와 속도를 활용하라
꾸준히 발음 연습을 하라
<소리 내어 읽기의 힘>, 임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