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NS를 안 하는 이유

현미경을 들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by 고현수
You don't have instagram? That's strange.

외국인끼리 만나서 교류하는 장소를 갔다가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을 교환하는 시간이 되자 늘 그렇듯이, '난 인스타그램 안 해'라고 말하니 들리는 답변이었다. 나는 2023년, 1년간 어쩌다보니 일본에서 살게되었고 내 인생에 등장할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어 학교에 되었다. 전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일본어를 배우고자 찾아온 어학교에서는, 조금씩 친해지는 인연들을 만날 때마다 인스타그램 교환을 하는 것이 매우 보편적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은 미안한 기색으로 '난 인스타그램 안해'라는 답변을 한다. 그렇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안하고 더 나아가 계정조차 없다.


인스타그램을 할 지 안 할 지는 표면적인 상식으로는 온전히 그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특히 어학연수를 하고 있고 매 순간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 자유가 어쩔 땐 자유가 아닌 것 처럼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안한다는 답변을 하면 신기하다, 더 나아가 '이상하다'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사람인지라 조금은 흔들릴 때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현대생활의 필수품일까?", "인스타그램을 안하는다는 점이 나에게 사회적 불리함으로 돌아오면 어쩌지?"라는 다양한 의문점이 생기는 요즘이다.

사실 정신차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되버린 현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SNS는 결코 좋은 영향력을 준 적이 없기에, 지금처럼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은 것 같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이유에는 먼저 내 인생 이야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나의 SNS 역사


1. 페이스북(2010년대)


나는 90년대 후반 생으로 우리 세대의 첫 SNS는 단연 페이스북이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밀려 그 힘을 잃은 지 오래 된 페이스북이지만 내가 10대였던 2010년대에는 정말 대단한 인기였다. 중,고등학생인데 페이스북을 안 한 다는 것은 정말 희귀한 현상이었고 특히 내가 만 11~13세를 지낸 영국의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특히 그 인기가 한국보다 더 높았고 영향력이 컸다.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으니 주변 친구들에 압도적인 영향을 받는 청소년의 특성대로 나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첫 SNS인 페이스북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선택이, 한국나이로 27살인 지금까지도 sns에 대한 생각을 좌지우지 하는 생각을 확립하게 되는 사건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다녔던 영국 공립학교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거의 전교생이 가는 '수학여행'이 아닌 School Trip이라고 하여 학교에서 주관하는 2가지 테마의 여행 중 하나를 골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하나 영국 웨일즈 지방에서 한 오두막을 전체로 빌려 카약, 암벽등반 등 여러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있었고 한국과 다르게 지금 기억으로는 약 일주일 정도의 꽤 긴 여행을 갔었다. 인생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심지어 영국 현지 청소년들과(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일주일간 같이 자고 먹고 하며 지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나는 매일 일기를 썼었고 영어 작문실력을 늘리기 위해 그 당시에는 대부분 영어로 작성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가 일기를 영어로 썼다는 점에서 불안해졌을 분들이 있을 것이다. 맞다..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만 12살, 남의 마음을 해아리고 배려하는 것보다 순간의 호기심과 못된 마음이 머리를 지배했던 시기였던, 같이 방을 썼던 애들 중 몇 명은 내가 방에 없는 사이를 틈 타 내 일기를 훔쳐보았다. 그리고 여러 장을 읽어보던 중 내가 당시 지독히도 짝사랑했던 남자애에 대한 일기를 보게 된다. 그 남자애는 당시 내가 꽤 미워했던 여자애와 잠시 데이트했었는데, 그 사실을 안 나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었고 그 괴로운 마음을 일기에 쏟아부었었다. 영어로. 그 솔직하고 어리석고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나랑 친하지도 않았고 그닥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은 애들이 몰래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트라우마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그 일기를 읽고 끝내지 않고 그 장을 그대로 찍어서 페이스북에 나를 테그해서 올려버렸다.

상상이 되는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취약하고 개인적인 것을 인터넷만 연결되면 전세계에서 볼 수 있는 sns에 올려서 놀림거리가 돼버리는 것을? 더 끔찍한 사실은 그 때 나는 잠시동안 페이스북을 잊고 살다가 몇 달 만에 오랜만에 접속했다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 게시물이 올라온 후 이미 전교생이 다 봤을 시간을 벌어주고 게시물을 발견한 것이다. 아직도 그 게시물을 발견했을 때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너무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것을 보면 사람은 심장이 급격히 빠르게 뛰고 손발이 덜덜 떨린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눈물을 뚝뚝흘리며 부모님께 제발 전학시켜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전학은 불가능했고 결국 나는 개학하고 학교에 돌아와 낯뜨겁고 조롱 섞인 시선을 몇 달 동안 견뎌야 했었다.


이 일이 일어난 이후로 나에게 페이스북, 즉 SNS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요즘의 인스타그램은 24시간이면 없어지면 스토리 기능, 거의 사진 위주의 SNS가 되었지만 당시의 페이스북은 글과 사진 모두 동등한 힘을 가진 매체였기 때문에 더욱 무게가 있는 플랫폼이었기에. 뭔가를 포스팅하고 포스팅 당하는 것에는 은근히 큰 의미가 있었는데, 그런 곳에 나의 철저한 감정이 발가벗은 채로 전시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나는 SNS를 단순히 '인터넷 사회활동'의 일환이 아닌 '언제든 나의 일상을 파괴할 수 있고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중학교 2학년으로 다시 한국생활을 시작한 나는 영국에 남아있는 인연들, 학교 사람들에게서 소외되고 싶지 않아 페이스북 활동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생에게 SNS이라는 도구를 쥐어주는 것만큼 파괴적인 것이 없는 것 같다. 아직 뇌가 자라고 있는 미성숙한 시기에, 온갖 자극적이고 필터링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어른들의 콘텐츠들은 넘쳐 흐르고 있다. 그리고 한참 또래의 시선과 커뮤니티에 엄청난 눈치를 보고 있는 청소년 시기에 인터넷 세상에 있는 커뮤니티 및 유행은 28살이 되어 되돌아보면 영양가란 절대 찾을 수 없는 정말 쓰레기 같은 컨텐츠만 가득했던 것 같다.

소외되고 싶지 않아 찾았던 그 인연들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이상 절대 닿지도, 닿을 생각도 없는 머나먼 사람이 되어버리고 깊게 생각해보면 그리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본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허망했다.


도파민과 허망함을 몇 번이고 경험한 후에 나는 결국 영구적으로 내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해버린다. (왜 그렇게 오래걸렸을까!)


2. 인스타그램


인스타도 할 말이 많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인스타그램이니.

내가 SNS를 아예 그만 둔 사람이 된 이유가 인스타그램이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으로서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나는 SNS랑 안 맞는 사람이고 SNS를 하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불행해지는 사람이라는 걸.

길게 말할 필요 없이 나는 그냥 "남의 사생활을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한 그룹에서 가장 소문을 늦게 듣는 사람, 타인을 헐뜯고 흉보는 사람과는 단 1초도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사람, 당사자가 없는 공간에서는 그 사람의 뒷담화는 물론 칭찬까지 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내가 느끼는 감정에 관심과 집중이 모여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남에게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인스타 같은 플랫폼에 계속 있다보면 엄청난 염증이 느껴졌다.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면서 남과 소통할 수 있는 건강한 인스타그래머를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멈추지 않는다. 그 스크롤링(Scrolling)을.

그러나 한 때 활발하게 했던 나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이런 생각들을 했다는 것에 조금 놀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인스타그래머처럼 즐겁고, 활발하고, 소통하는 사람처럼 보였을테니.

여기서 인스타그램의 모순이 나타난다. 내가 기억하는 인스타그램은 99%가 결국에는 긍정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광고 또한 깨끗한 집을 위해,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위해,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바캉스를 위해, 등등.. 결국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고 찾지 못할 전설의 엘도라도처럼 그 어떤 행복과 완벽을 위해 끊임없이 비교하고, 구매하고, 하트를 누르는 사람들로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또 신기하게도 약 2년 간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인스타그램을 떠나고 나서야 진정한, 나로서의 평화와 행복을 찾았다. 남에게 영향을 받지도, 주지도 않는 온전한 나의 볼품없고 외롭고 사랑스러운 나의 행복과 평화를 말이다.



10년 여간의 SNS사용을 한 후 낸 결론


요즘 드는 결론적인 생각은 SNS란, "현미경을 들고 길거리를 다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SNS에 떠돌고 있는 "OO 현실" "요즘 망했다는 OOO" 등 어떤 사람이나 현상을 헐뜯고 비꼬는 콘텐츠들을 보면 이 뉴스, 이 콘텐츠들이 정말 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 SNS에 있는 모든 정보들이 다 거짓이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다양하고 사실은 껍데기일 뿐일 SNS정보들이란 그 어떤 길거리에도 있을 더러운 것들(누군가 버린 담배꽁초, 침, 동물들의 변, 사람들이 몰래 버려버린 사탕 포장지 같은 작은 쓰레기들 같은 것들)을 굳이 찾아보려 현미경을 들고 다니고, 그 더러운 것들을 굳이굳이 찾아서 무작위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행위 같다. 그 아무리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라고 하더라도 그 더러운 무언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미경을 가지고 다니다보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없애고 SNS가 없는 삶을 산 지 3년. 그리 긴 인생을 산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지금까지 인생에서 내린 결정 중에 어떤 결정이 제일 좋은 결정인가? 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나는 "SNS 없는 삶을 산 것"이라 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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