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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mupet Mar 07. 2023

예쁘다

꿈의 말

어젯밤 꿈에서 어떤 사람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참 예쁜 얼굴"이라고 말했다. 내 옆에는 여동생이 서 있었다. 여동생보다 내 얼굴이 더 예쁘다고 말하니 이상했다.

어린 시절, 예쁘다는 말은 항상 동생의 몫이었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동생을 보며 "예쁘다", "인형 같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동생 옆에 앉아있는 나에게는 아주 잠깐 시선이 머무를 뿐이었다.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같은 시선 처리라고나 할까.

성인이 되어서도 "예쁘다"는 말은 나에게 속하지 못했다. "예쁘다"는 말을 들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말을 진심이라 느낄 수가 없어서.

누군가 나에게 예쁘다거나, 이와 비슷한 말을 할 때면 속에서 뭔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몸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어색함에 그 순간으로부터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


예쁘다.

타인에게는 잘하는 이 말을 타인에게서 듣는 것은 불편하고 어색했다. 그런데 꿈이 나에게 예쁘다고 말한다. 그리고 꿈이 하는 말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정말 예쁘구나'라고 수긍했다. 예쁘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 그건 기쁨과 안도였다.


별것 아닌 꿈같으면서도 참 신기한 꿈.

꿈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그러니 꿈에서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준 사람도 결국은 나인 것이다. "예쁘다"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비만 걸던 아이에게 내가 예쁘다고 말해준 것이다.

사람들이 동생에게 예쁘다고 말할 때 꼬마였던 나는 자기 자신에게 '그래 난 안 예뻐.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나에게 반복해서 하던 말이 기억에 커다란 탑을 쌓았던 것 같다. 그 탑이 감시 초소가 되어 누군가 나에게 "예쁘다" 말해도 '그건 거짓말이야. 넌 안 예뻐.'라고 말해왔던 게 아닐까? 그러던 내가 탑에서 내려와서 나를 보며 예쁘다고  말한 순간 기억 속의 커다란 탑이 무너진 것은 아닐까?

정말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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