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살던 고향은 화력발전소

어쩌다 보니 실향민

by Redsmupet

그의 살던 고향은 지금 화력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강원도 강릉시 안인리, 이곳은 바다가 가까운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석탄이 주요 동력이던 시절에 석탄을 실은 기차가 다니던 동네.

그 시절에 이 동네에는 석탄 광산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도 광산에서 일했었다고 한다.

전기가 주요 동력이 된 세상에서 이 동네는 이제 에너지원을 나르는 기차가 지나가는 동네가 아니라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되어버렸다. 발전소 부지로 선정된 땅에 살던 사람들에게 고향을 잃는 대가로 보상금이 주어졌다. 우리 가족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집이 철거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가져오지 않은 아이들의 만화책, 그곳에 묻혀버린 것들을 아이들은 아직도 안타까워한다.


그 동네를 가끔 지나갈 때가 있다. 차 뒷자리에 타고 있던 딸이 살던 집을 보고 싶다고 하여 집으로 난 길로 갔다. 집이 있던 자리는 빈 터가 되어 있었다. 저기는 누구네 집이었고 여기는 누가 살던 집이 있었고, 아이들과 기억을 더듬어본다.


차는 어느새 바닷길로 들어선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던 바닷길도 한창 공사 중이었다. 여름이면 해수욕을 하던 바다에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을이 사라지는 것보다 이 바다에서 더 이상 놀 수 없다는 게 더 아쉬웠다. 바다에 이리저리 들어선 구조물들이 흉측해 보였다.


차라리 이 바다의 모습을 몰랐더라면 좋았을 걸!

마음이 착잡했다. 죄지은 사람 마냥.

사람은 보상이라도 받지 저 바다는 보상도 못 받고 저게 무슨 봉변이람!


기억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기억이 사라져 버리면 그곳이 영영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여기에 남겨보기로 했다. 벌써 많은 것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기억이 더 많을 때 시작해보려고 한다.


"저 바다는 원래 저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안인 바다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기억하니까.

그도 기억하니까.


내가 기억하는 안인리 염전 바다, 그의 사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