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의 사랑 (마젠타/ 마젠타)
바람꽃이라는 이름도 가졌다지
아네모네
봄을 가져오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사랑한 이
꽃이 되어 꿈에 찾아왔다
마당에 붉은 꽃을 가득 심었다
아네모네라고 했다
왜 하필!
아픈 사랑
그것에 대한 모든 꽃말을 지닌 꽃
이젠 싫어
왜 아픈 줄 알아?
배신
아니야
네가 네 그릇이 빈 줄도 모르고 계속 긁어댔잖아
아무것도 못주면 가버릴까 봐
그러다 구멍 난 자리가 아픈 거지
두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는 나의 그릇에
붉은 아네모네 꽃송이가 떨어진다.
그릇에 가득 쌓인 꽃
구멍 난 그릇
너무 못나서 외면했다
그 못난 그릇에도 채울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몰랐다
그게 이렇게 예쁜 꽃일 줄은 까맣게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