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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홍 Apr 21. 2021

주정

낮술에 끄적이는 짧은 일기





위태롭지만 나, 잘 버텨내고 있다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혹시, 다 지워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새벽녘, 얇은 벽 너머 당신을 두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


당연하게도, 그리움의 결말에 반전은 없다.


모든 것이 내 유아론(唯我論)적인 사고 탓이다.

수고롭지 않게 애써 되묻지 않았던 것이 사람을 제법 불편하게 만든다.

나의 배려는 언제고 별 볼일 없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그리움의 결말에 나는 없다.


당신은 얼마나 편안한 사람이었던가.

‘너 역시’ 불편한 사람이었듯이, 당신도 실은 불편했다.

‘어차피’ 멋대로 생각하고 결론 내리는 사람이었듯이, 당신도 실은 그랬다.


당연하게도, 그리움의 결말에 당신은 없다.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안쓰러운 당신이다.

고된 당신의 곁을 지키는 것은  외로운 일이나 사랑이다.

그 사랑은 늘 당연하다.


당연하게도, 그리움의 결말에 우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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