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엉망이다. 영화나 책에서 볼 법한 전염병이 돌고 몇 개의 태풍이 연달아 왔으며 삶이던 이에게서 외면하고픈 현실을 보았다. 쌓이고 쌓였다. 더해, 두통이 유난스럽다. (자)타공인 성미가 고약한 탓에 익숙한 고통이다. 그래도 잦아지는 빈도는 영 껄끄럽다. 스트레스 때문이라 고백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배부른 투정이란다. 본래 자신보다 애잔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일한 만큼 벌고 월급 밀리는 일 없어 보이는 남의 죽는소리 따위 사치로 보였겠다. 하나 내가 정말 배부른 적이 있었던가. 술로 채운 것도 쳐준다면 배가 불렀긴 했다. 그렇게 채워 나를 비워야만 버티던 날이었다. 이 과식은 물리와 정신 사이에서 점점 모호해진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 오늘 하루 무엇을 했나 떠올려 본다. 그럴싸한 수식어나 꾸밈없이 그냥 말 그대로, 머릿속이 까맣다. ‘무의미한 하루였다’ 싶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였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여행을 가야겠다.
원래 여행은 계획에 없었다.
* 다소 사회적 긴장이 느슨했던 시기, 방역 수칙에 엄격한 움직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