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립니다

by 들숨

먼저 기다리매

마중 못하고

함께 갈 길이라

배웅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잊고 지내는데

배웅해야 한다기에

한사코 우겼지만

기별 없이 나서는

어쩔 줄 몰라

황망히 배웅합니다


그럴 것이었다면

채비라도 해둘 것을

갖춤 없이 받아 들고

홀연히 나서는 길

바라만 볼 뿐입니다


그럴 것이었다면

비라도 긋게 하고

바람이라도 멎게 할 것을

비에 바람에

눈물 콧물 빼앗기고

입이 틀어 막힌 채

끝내 배웅하고 말았습니다


배웅은 없어야 한다고

배웅이 싫어

지난 배웅 잊으려 몸부림쳤던

이제 하지 않으려

잊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잊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비는 내립니다

익숙한 비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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