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얼음꽃

신기루

by 노란 보석

소양강 얼음꽃


노란 보석


나목이 소양강 강가에서 어둠에 잡혀있다

무서워 울지만 목이 메어 바람이 대신 울어주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듯 울었다

날 선 바람은 하얀 옷 입은 어미를 찾는다 했다

시리도록 흰 치마는 강가에 널렸는데

움츠러든 달빛으론 어미를 찾을 수없다

차라리 울고나 말지


바람도 지쳐서 멈춰 서고

달도 핏기를 잃어가는 새벽녘

소양강 검은 돌들은 서로를 비비고 울며 밤을 새웠다

단단하게 굳은 가슴으로 소리를 죽이며 울었다

강은 이들을 감싸고 투명한 옷으로 가려주었다


애끓는 사연들이 강가에 자욱이 피어오른다

서쪽으로 갔던 빛나는 그가 먼 길을 돌아 다시 오고 있다

어둠의 장막을 벗겨내고 서둘러 채색하면서

소리 없는 빛으로 한 숨도 자지 못한 강의 잠을 깨운다

한 많은 사연들이 모두 물안개로 피어올라 나목에 걸렸다

동장군은 냉랭해진 칼바람으로 나목에 얼음 옷을 입혔다


저마다의 한 맺힌 사연들이 투명한 얼음꽃으로 피었다

하루아침에 삼상을 경험했으니 꿈을 이루었다 할 것인가

애타게 기다리던 부활이란 이런 모습일까

아침 해가 축하하는 무지개 빛을 쏘았다

얼음꽃은 눈부신 환희의 빛을 발했다

드디어 삼라만상이 고대하던 미륵세계가 열렸는가


빛나는 것은 곧 사라질 것이다

신기루처럼

나는 다시 구름이 될까

아님 바다로 가게 될 것인가

있다가도 없고

보이다가도 사라지고

별 볼일 없다가도 빛나고

모두가 신기루 아닐까


*삼상 : 물 증기 얼음





매거진의 이전글행복하게 살다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