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에세이(1)

나의 기도는

by 은향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어렴풋이 이 세상을 주관하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오빠나 동생보다 내가 더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해 달라고, 그러려면 너무 아프지 않게 살짝 배탈이 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초등학교 때 백반증이 갑자기 생겼다. 여자 아이의 이마 한가운데가 허옇게 되어 친척 어른들은 어쩌면 좋냐고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여러 사람들에게 백반증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듣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작은 환을 만들어와 하루에 수십 알씩 먹게 했다. 시내에 갈 때 나도 데리고 달라고 해도 대꾸도 하지 않던 무뚝뚝한 아빠는 내 손을 잡고 대전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데리고 다니며 방사선 치료를 받게 했다.


철없는 기도가 예상과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고생을 시켜 관심을 받아 즐겁기보다는 그런 기도를 몰래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컸다. 이 일로 인해 어린 나의 마음속에 하나님께 기도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커다란 교훈을 심어 주었다. 그 이후로도 나의 기도는 내용만 다를 뿐, 하나님께 이것저것 해 달라고 떼쓰는 요청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성인이 되고 나서 이마 한가운데 있던 백반증은 자연스럽게 옅어졌고, 유심히 봐도 거의 티도 나지 않게 사라졌다.


20대 초에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컸고, 20대 중반 교사가 되고 나서야 가끔 감사 기도를 했었다. 그럼에도 늘 또 다른 결핍에 대한 아쉬움으로 하나님께 바라는 것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하나님을 내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한도 초과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얄팍하고 속된 믿음이었다.


싱그럽고 반짝반짝 빛나는 20대 중후반을 보내며, 자신만만했던 게 문제였을까. 30대 초에 평안했던 내 삶을 뒤흔들어 놓는 큰 아픔을 겪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겪으며, 새벽기도에 나가 속절없이 울면서 하나님께 부르짖고 매달렸다. 제발, 제 기도를 들어달라고.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원했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좌절과 실패감 속에서 겨우 아침에 눈을 떴고 맥없이 학교를 다녔다. 하나님은 대체 왜 내 기도를 외면하시고, 그런 힘든 일을 겪게 했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따져 묻고 원망했다. 그 아픔을 동여매는데 오랜 시간이 거렸다. 가까스로 나를 추스르며 지금부터의 내 삶은 하나님이 주신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학교에서의 인정과 성과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했다. 늘 수업에 대해 고민하며 부지런히 다방면의 공부를 했고, 주말과 방학도 반납하며 성실하게 살았다. 학교에서 수업이나 일로 인정받는 것이 뿌듯했고, 그걸로 나마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대외적으로도 많은 일을 경험했고, 일에서의 성취가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주일마다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했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하나님께 내주는 자리는 점점 좁아져갔다. 학교에서 때때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하나님을 전보다 더 절실하게 찾았지만, 조금 살 만해지면 슬그머니 한 발을 빼며 내 일상을 중심으로 살았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근무한 한국국제학교에서 예상보다 1년 일찍 돌아오면서, 가장 빠르게 나아갈 내 나름의 인생 플랜을 세웠다. 전문직 스터디팀을 두 개나 하면서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내 계획과 달리 또다시 삶에 큰 풍파를 맞았다. 그저 열성적으로 지도한 일이 교사로서 살아온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 일로 인해 계획한 모든 것이 틀어졌고 앞길도 불투명해졌다.


어이없게 불거진 그 일이 일방적인 왜곡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변질되고, 수사 과정까지 겪으며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티며 살았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 속에서 삶의 의욕마저 잃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속에서 겉으로 생각해 주는 척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모른 척 방관하는 자들과 진심으로 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누군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를 염려하며 중보기도를 해 주는 사람들과 일부러 찾아와 밥을 사주는 그 따뜻한 마음들이 있어 분노와 억울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을 가까스로 살아낼 수 있었다.


그 어둠의 시간은 2년 가까이 계속되었고, 암흑 같은 터널 끝을 나오기까지는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직까지도 그 일의 파동을 크고 작게 감당하고 있으며, 트라우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치고 힘에 겨워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마음이 드는 때도 있었지만, 매고비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회피하지 않고 맞닥뜨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무기력과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하나님만이 내가 의지하고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광야의 시간을 견디며 하나님께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참 많이 물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와 같은 내 삶에 나아갈 길을 알려달라고, 앞으로 어떻게 살면 되는지 가르쳐 달라고. 바닥까지 납작 엎드려 결국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오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앞으로도 내 삶을 인도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며, 내 삶의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인정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힘겨웠던 4년을 돌고 돌아서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또 다른 길을 향해 다시 한 발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를 발목 잡은 4년의 시간이 가혹하고 속상했지만, 내가 계획하고 원했던 삶과 다른 지금이 더 이상 원망스럽지 않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기대하며, 하나님의 계획 속에서 순종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하나님보다 세상에 더 깊게 발디디고 연약하고 부족한 나를 이렇게 자녀로 삼아 주시고, 나와 동행하시며 포기하지 않고 사랑해 주심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제 굳건하게 믿는다. 하나님은 언제나 나와 동행하셨고, 내 생각을 넘어 크고 위대한 계획으로 내 기도를 들어주고 계시다는 것을. 이제야 나는 온전히 주님께 내 삶을 의지하고, 어떻게 하면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묻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부족한 내가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것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어릴 적 깨달은 기도의 위력으로 함부로 '순종'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삶을 살고 싶다고 기도하게 되었다.

지난번 김포주다산교회 이봉현 목사님이 주일 설교에서 말씀해 주신 성경구절이 나에게 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와닿았다. 퇴근길 운전 중에 목사님이 담아 주신 CCM 찬양 "날 이끄신 하나님"을 듣게 되었는데, 나의 고백과도 같은 가사에 몇 번이고 계속 돌려 들었다.



[오늘의 찬양]


날 이끄신 하나님

- 보컬: 지선 작사, 작곡: 고요셉

그땐 알지 못했죠 힘들고 아팠던 순간

때론 어둡고 때론 밝았던 날들

이젠 알 것 같아요 지나온 모든 시간들

날 향해 세우신 주님의 계획


그땐 알지 못했죠 험하고 거칠던 광야

때론 오르고 때론 내려가던 길

이젠 알 것 같아요 지나온 모든 발걸음

날 위해 예비한 주님의 섭리


날 이끄신 하나님 날 이끄신 하나님

지금까지 인도하심 감사하고 감사해

날 이끄신 하나님 날 이끄신 하나님

앞으로도 함께하실 주를 기대하며 높이 찬양해


그땐 알지 못했죠 기쁨과 슬픔의 눈물

어떤 뜻이고 어떤 의미였을까

이젠 알 것 같아요 흐르는 인생의 강물

나에게 베푸신 주님의 선물


그땐 알지 못했죠 고난과 시련의 바람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났던 나

이젠 알 것 같아요 그 모든 삶의 조각들

날 통해 펼치신 주님의 솜씨


날 이끄신 하나님 날 이끄신 하나님

지금까지 인도하심 감사하고 감사해

날 이끄신 하나님 날 이끄신 하나님

앞으로도 함께하실 주를 기대하며 높이 찬양해


전능하신 하나님 위대하신 하나님

내 모든 걸 이끄시는 주를 신뢰하며 높이 경배해

주를 기대하며 높이 찬양해




[오늘의 말씀]

- 김포주다산교회 이봉현 목사님 설교 말씀 <순례자의 본분> 중 성경 구절 발췌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한복음 14장 1~3)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 (요한복음 14장 21)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베드로전서 2:12)


그들이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브리서 11:16)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28: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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