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남긴 것들
거센 풍랑 속을 헤쳐온 시간들
예감이 주는 적중률이란 놀랍도록 정확하다. 특히 안 좋은 예감은 어김없이 백발백중 빗나가는 적이 없다. 나이 먹는 것은 너무나 싫은데, 이상하게도 올초에 2021년이 마치 하루처럼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봄의 기운이 세상에 싹 틔울 무렵,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됐다. 봄의 햇살이 찬란하게 빛날수록 아름다운 꽃이 세상에 만발할수록 상대적으로 내 절망감은 깊어갔다. 걷잡을 수 없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큰 파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눈빛은 생기를 잃어갔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힘겨운 상태로 몸은 점점 야위어갔다.
힘든 일을 겪을 때, 알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 사람이 누구인지 내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저절로 구별할 수 있다. 내 옆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정말로 나를 위하고 생각해주는 진실된 사람은 이럴 때일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한편으로 믿었던 사람의 예상밖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씁쓸하긴 하지만, 그런 사람을 일찍 가지치기 할 수 있게 된 것이 어찌보면 감사하기도 하다. 그리고나면 내 곁에는 정말 귀한 사람들만 남는 거니까.
수없이 몰려오는 풍랑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수십 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에 나를 붙잡아 준 고마운 사람들. 나의 아픔에 함께 울어주고, 불러내서 밥을 사주고, 진심어린 기도를 해 준 귀한 사람들. 그들이 있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연약한 나를 지켜주시고, 모든 상황 속에서 함께 해 주신 하나님이 계셨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오래된 야행성 습관이 바뀌어 고요한 새벽에 예배와 기도,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지나 온 발자취를 찬찬히 살펴보며 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힘든 시간 속에서 정말 감사한 일도 있다.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글쓰기를 이제야 내딛었다. 아직은 내놓기에 미흡한 글이지만, 따뜻한 글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소통하고 싶다. 소망을 갖게 된다는 것은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아직은 목적과 방향을 잃은 배처럼 풍랑 속에서 힘겹게 표류하고 있지만, 힘을 내어 항해를 계속하려 한다. 때때로 도저히 적응할 수 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지치고 힘에 부칠 때도 많다. 하지만, 이 풍랑 뒤에 다시 눈이 부시게 맑은 푸른 하늘과 찬란한 햇살이 축복하며 떠오를 것을 믿으며, 담담하게 나아가려 한다.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는 법. 힘든 일 속에도 찾아보면 감사한 일도 많고, 때때로 웃을 일이 있기도 하다. 2021년이 나에게 남긴 것은, 조금은 성숙한 삶에 대한 태도와 깊어진 신앙심,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