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법

아픔에 공감하고 곁을 지키며 함께 하는 것

by 은향

그림책 '가만히 들어주었어'(코리 도어펠드 글,그림)는 단순한 그림과 짧은 문장 속에 위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주인공 테일러는 특별하게 만든 결과물이 난데없이 날아 온 새들로 인해 무너져 버리자 낙담한다. 닭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캐물었고, 곰은 화가 나면 크게 소리를 지르라고 했다. 코끼리는 원래 모양을 떠올려 보라며 고쳐주겠다고 했다. 다른 동물들도 다가와서 제각각 자신들의 방법으로 테일러에게 조언과 위로를 전했다. 테일러는 속상하고 힘겨운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친구들의 말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물 친구들은 모두 테일러를 떠나버렸다. 혼자 남은 테일러에게 토끼가 서서히 다가온다. 토끼는 아무 말없이 테일러 등을 기대어 주며 따뜻한 체온을 나누어준다. 그렇게 한참을 있고 나서야 테일러는 힘겨웠던 모든 감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 표출하고, 다시 기운을 내어 시작할 힘을 갖게 된다. 토끼는 테일러가 그렇게 될 때까지 한참동안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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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위로에 대해 생각해 본다. 걱정하기 때문에 위한다고 하는 말이 어쩌면 더 기운 빠지게 할 수도 있다. 때로는 떠올리고 싶은 않은 기억을 되새기게 해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아는대로 조언하고 섣불리 건네는 위로가 어쩌면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을 헤아리는 위로를 건네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느 지인이 70대에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어머니를 위로하는 사람들의 말이 어쩌면 어머니를 더 속상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70 넘도록 별 탈없이 잘 살다가 돌아가셨잖아." "어휴, 우리 애들 아빠는 40대 후반 젊은 나이에 갔어." "너무 울지 말어. 그렇게 울면 영혼이 맘 편히 저 세상으로 못간대."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운내라는 의미로 건넨 위로였겠지만, 이런 말을 듣고 어머니는 오히려 맘 편히 울지도 못하고 슬픈 마음을 달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내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위로를 건넸다. 힘내라는 말과 격려를 해 주는 사람,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 모른척 해 주는 사람, 장문의 글과 함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보내는 사람, 불러내서 밥을 사 주는 사람, 자주 연락하며 괜찮은지 확인하는 사람, 걱정하고 기도해 주는 사람 등등... 그들 모두의 마음의 깊이가 다르듯이 내게도 전해지는 온도가 조금씩은 달랐다.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좋아하는 K작가의 문학강연회에 갔었다. 강연이 끝나고 주차장에서 우연히 K작가와 마주쳤다.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K 작가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넸다. K 작가님이 힘든 시간 동안 쓴 책을 읽고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하면서 나역시 지금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K작가는 처음으로 만나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나에게 말없이 다가와서 안아주며 한참동안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그때 그 따스한 온기와 토닥이는 부드러운 손길을 잊지 못한다. 내가 받은 최고의 위로였다. 아무 말없이 안아주며 마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처음으로 느꼈다.


성경에 나오는 욥은 고난 받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욥은 흠이 없고 정직하였으나 하나님의 허락하심 속에서 사탄의 시험을 받게 된다. 욥은 가진 재산과 자녀를 모두 잃었다. 종기까지 생겨 건강마저 잃은 욥을 위로하러 세 친구가 찾아온다. 세 친구는 절망해 있는 욥에게 고난의 원인에 대해 인과응보의 차가운 논리로 말한다. 욥이 겪는 아픔에 대한 관심보다는 왜 그런 고난을 당했는지에 집중하며 정죄하려 한다. 고통스러운 상황보다 더 힘든 것은 진정한 위로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공감과 따뜻한 위로가 가장 절실하다.


욥의 친구들처럼 어떤 사람들은 고통 받는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의 어떠한 실수나 잘못 때문이라고 쉽게 판단 내리기도 한다. 욥의 세 친구처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속으로 또는 자기들끼리 속삭이며, 고난의 원인에 대해 "원래 그런 면이 좀 있었잖아."라며 당사자의 잘못을 캐내고 정죄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처해 있는 힘든 상황에 대해 호기심으로 다가와 물어본다. 가십거리를 대하듯 흥미를 가졌다가 궁금한 내용을 알고 나면 무관심해진다. 이들은 모두 고통받는 사람의 아픔과 내면에 대한 공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힘든 상황을 겪으며 마음이 아파보니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전보다 훨씬 더 민감해진 것 같다. 내 아픔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이 오롯이 느껴진다. 그만큼 공감 능력도 깊어지고 확장된 것 같다. 토끼처럼, K작가처럼 상처받은 영혼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깊이있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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