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공간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에 대한 그리움

by 은향

지금까지 혼자 살아본 것은 중국에서 거주했던 때가 유일하다. 고층 아파트의 31층에 위치한 그 집은, 거실의 커다란 통창으로 멀리 바닷가가 훤히 내다보였다. 주말 낮에 집에 있다가 무심코 창밖을 쳐다볼 때마다 푸르른 바닷가가 한없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족했다.


방 두 개와 거실, 주방, 욕실을 갖춘 그 집은 꼭 필요한 가구가 알맞게 구비되어 있어 혼자 살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욕실 문 앞에 놓인 거울과 세면대는 바쁜 출근 준비를 하기에 효율적이기까지 했다. 그 곳에서 사는 동안 이 집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거실에 놓인 네이비색 쇼파는 지극히 편안하여 TV를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아침마다 쇼파 앞 테이블에 오븐 겸 토스트기를 올려 놓고 에그타르트와 각종 빵을 데운다. 수제 요거트에 제철 과일을 잘게 썰어 넣은 후 꿀이나 쨈을 한 스푼 섞어준다. 빵과 우유, 과일 요거트까지 테이블이 풍성하게 차려 놓고 거실에서 창 밖으로 바닷가를 바라보며 먹는 아침은 호텔 조식이 부럽지 않았다.

주방 앞에 놓인 커다란 4인용 식탁은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공간이었다. 식사를 하고, 노트북을 펼쳐 놓고 퇴근 후에도 늦게까지 업무도 처리하고, 푸다오(과외 선생님)와 중국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스탠드를 켜 놓고 매일 잠들기 전 식탁에서 일기를 썼다. 하루를 시작하는 공간이 거실 쇼파 앞 테이블이었다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은 식탁이었다.


안방에는 하얀색 퀸사이즈의 침대가 있고, 그 맞은 편으로 하얀색 서랍장과 거울이 놓여 있다. 커다란 창에는 암막 커튼이 있어 밤에는 작은 불빛조차 침투하지 않아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때부터 안방은 오로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침대에 누워서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책을 읽는 것 외에 안방은 오직 잠을 자고 쉬는 안락한 휴식처였다.


작은 방에는 싱글 침대와 서랍장, 옷걸이가 놓여 있다. 드물긴 하지만 손님이 오면 내어 주기도 하고, 대부분은 드레스룸으로 알차게 사용한 공간이다. 작은 방 앞에 있는 베란다에도 하얀색 서랍장이 있어 수납을 하기에 편리했다. 건조대를 펼쳐 빨래를 말리기에도 적당했다. 작은 방에 들어서면 늘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 풍겨와 코끝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주방에는 작은 냉장고, 가스렌지, 무선주전자, 식기 건조대 등 요리를 위한 도구와 그릇들이 딱 알맞게 채워져 있다. 조리하는 공간이 약간 비좁긴 했지만, 가끔씩 친한 동료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때 외에는 주로 반찬을 사다 먹거나 외식을 더 많이 했기에 불편한 건 없었다.


중국에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수시로 하늘로 쏘아올리는 폭죽 소리였다.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들리는 폭음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때로는 하늘에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펼쳐진 불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했다. 특히 피로한 몸으로 퇴근해서 혼자 칭따오 맥주를 한 잔 마실 때, 창밖에 수놓은 아름다운 불꽃들은 어느 스카이 라운지와 야경이 부럽지 않은 더할나위 없는 멋진 배경을 연출해 주었다.


중국을 떠나오면서 더 이상 그 집에 더 머무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혼자 향유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족했던 나만의 공간이었던 그 집이 가끔씩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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