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둘러싼 카페인 이야기, 카페人 시리즈 확장판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올해 5월,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 분들을 위한 원두 맞춤 구독 서비스로 시작한 코케는 어느덧 오픈한 지 8개월을 맞았습니다. 2021년 한 해동안 약 50곳의 로스터리, 190개의 원두를 들여오면서 다양한 커피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죠. 이후 카페 사장님들을 위한 납품 원두 직거래 플랫폼, 코케비즈로 확장하면서 한국 커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코케와 닮아있는 부산의 한 로스터리 브랜드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4명의 공동대표가 모여 4년 넘게 부산의 전포동을 지켜온 베르크 로스터스의 이야기. 2021년 마지막을 장식할 코케 오리지널 콘텐츠, 카페人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베르크를 위해 부산을 방문하시는 분들도 많죠.
부산에 카페 투어를 하러 오는 분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커피 투어 코스가 있을까요?
부산 지역별로 나눠서 추천드릴게요. 먼저 북쪽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모모스커피'가 있고요. 오랫동안 스페셜티 커피를 해오시고, 부산대 바로 옆에 위치한 '커피가 사랑한 남자'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부산 중심 서면으로는 로스팅을 직접 하시는 '블랙업 커피'랑 세계 커핑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주상민 바리스타가 오픈한 '불스커피'가 있고요. 서면에서 오랫동안 터줏대감 격으로 자리를 지켜온 전통 '에프엠커피' 도 있어요.
해운대에는 최근 부산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에스프레소 바, 'OELS 커피', 커피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라이프커피앤티'가 있네요.
이외에도 너무나도 대단한 카페들이 많지만 바로 생각난 곳들을 우선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강릉에 이어서 부산도 커피가 굉장히 활성화된 지역이죠.
부산만의 커피 커뮤니티 로컬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부산의 위치적인 특성상 항구가 있다 보니 원두 수입과 보관에 용이한 장점이 있습니다.
예전에 부산은 제조업 위주의 도시였는데 지금은 거의 관광 허브로 도시 자체가 많이 변했거든요.
부산시에서도 관광 자원에 대해서 카페를 함께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있는 것 같구요.
베르크 매장을 방문한 손님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요?
오픈한 지 8개월쯤 됐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초등학생 손녀를 데리고 저희 매장에 방문하셨어요.
저희 공간이나 컨셉이 노년층 분들 접근성이 조금은 떨어지는 편인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신기했죠. 알고 보니 그 할머니분이 매일 집에서 커피를 몇 잔씩 내려서 드시는 커피 애호가이시더라고요. 오픈 때부터 쭉 지켜보는데 청년 4명이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해주셨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매주 오시는 단골손님이 되셨어요. 집에서 그릇을 직접 챙겨 오셔서 포장도 자주 해가시는데 저희한테 포장용 재료들도 아껴 쓰라고 해주시고.(웃음)
네 분이서 공동 대표로 일을 하고 계시고, 로고에도 ++++(플러스 4)를 볼 수 있을 만큼
베르크한테 4의 의미는 굉장히 각별한데요. 네 분의 캐릭터와 역할들을 소개해주세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저는 납품과 커피 관련 전반적인 총괄을 맡고 있어요. 송찬희 대표님은 여자분이시고, 저희 브랜딩이랑 마케팅을 담당해주시고 계시구요. 김석봉 대표는 재무, 자금조달, 인사관리, 영업 등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상용 대표는 저희 오프라인 매장 총책임자이고, 인테리어 관련해서 다른 업체들한테 조언하는 역할도 맡고 있구요. 네 명의 대표가 맡은 역할은 기존 대표들이 가지고 있던 경험, 능력을 반영해서 베르크 설립 초기부터 일을 나누어 진행하고 있어요.
각기 다른 네 분이 모여 어떻게 베르크를 만들게 되셨는지 그 스토리도 굉장히 궁금해요.
제가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사업을 결심을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지 못한 역량들을 채워주실 수 있는 분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사람들을 구했는데, 송찬희 대표님은 원래 저랑 같은 회사에서 일을 했던 분이고
시공, 매장 운영을 맡아주실 분을 찾다가 잠시 카페를 창업했던 이상용 대표가 합류하게 되었죠.
김석봉 대표 같은 경우에는 저랑 대학교 ROTC 동기예요.(웃음) 원래는 전혀 커피랑 관련 없는 준공무원 같은 곳에서 일하다가. 다들 삶이 조금 퍽퍽해서 의미 있는 일들을 찾고 있을 때 함께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도 함께 고민하면서요.
굉장히 재미있네요. 베르크라는 브랜드를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어요.
베르크만의 일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각자가 맡은 분야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나머지 대표들은 약간의 의견을 보태는 정도로 업무 진행을 하고 있구요. 일을 진행하다 실패해도 괜찮다, 거기서 경험을 얻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존중해주고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관심은 가져주는. 그 정도의 거리로요.
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전체 동의가 된 사항이 아니면 진행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해당 대표가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타당성을 보고 동의가 되는 부분에 있어 최대한 만장일치로 진행하고 있어요.
'베르크다움'이라고 일컬어지는 브랜딩 과정도 궁금한데요.
부산 관광객들 인증 코스로 꼽히는 베르크 매장은 어떤 과정으로 기획하셨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오픈 당시에는 기존에 쓰던 방식과는 다르게 1층에 로스팅 기계를 두었거든요.
손님들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 저희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로스팅에 주력하고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구요. 멀리서 보더라도 눈에 띄게 노란 조명이랑 빨간 디드릭 로스팅 기계로 포인트를 주었구요.
또 중요한 공간인 커피를 주문하고 제조하는 공간을 지하로 배치했어요.
어둡고 습해서 조금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저희 깊이랑 무게감을 공간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전체적인 그래픽 컨셉은 독일 일렉트릭 음악 선구자 중에 '크라프트베르크'라는 그룹이 있는데 일렉트로닉 음악계에서 비틀즈 같은 존재더라고요. 콘서트 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지하에 바(Bar)를 네 개를 놔두었어요. 그리고 네 명의 베르크 멤버가 손님을 일대일로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했고요.
전반적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멀리서 오고 나가는 곳까지의 경험을 세밀하게 설계했던 것 같아요.
2층으로 올라가면 지하랑 상반된 분위기로 커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어요.
음악도 밑층은 일렉트릭이나 방방 뛰는 음악을 틀었다면 위층은 앰비언스 사운드같이 차분한 음악을 선곡했고요.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했고 교회 장의자를 이용해서 수도원 같이 반복되는 구조물을 설치했죠. 보통 카페 2층 가면 되게 와글와글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두니까 오히려 손님들이 알아서 조용히 대화하시더라고요.
색깔 역시 브랜드 초기에는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걸 표현하기 위해 레드를 많이 썼어요.
레드랑 대비되는 블루 컬러를 2층 공간 주요 가구에 포인트를 줘서 차분한 대비 효과를 주었고요.
베르크만의 블렌드 원두 네이밍 방식이 있을 까요?
haus 블랜드, baby 블렌드 등 이런 원두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baby blend는 부드럽고 깨끗한 이미지가 아기와 비슷해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사실 제가 로스팅을 하고 있다가 질문을 받았었는데요. '이 원두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냐' 하시길래
'내가 낳은 내 새끼 같다, 말도 안 듣고 그렇다' 막 이런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까 어 자식들 키우는 마음에 베이비?라는 단어가 나왔어요. (웃음) 베이비 블렌드의 마지막이 아기처럼 부드럽고 깨끗한 향과 잘 어울려서 이 이름으로 짓게 되었어요.
haus blend는 집에서 정말 무난하게 즐기기 좋은 그런 커피예요.
영어의 하우스가 아니고 독일어 하우스를 사용해요. 베르크도 독일어에서 유래한 것처럼요.
저희는 농담 식으로 '이제 아기(baby)한테 집(haus)이 생겼다'라는 그런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다음에 나올 블렌드도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계속 연장시켜 나갈 생각이에요.
아기가 나왔고, 집이 생겼고. 브랜드가 성장해가는 과정과 비슷하게요. (하하)
매장을 방문하시는 손님들, 원두를 개별 구입해가는 홈카페 분들, 그리고 납품처 분들까지.
다양한 멤버 분들에게 베르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희가 말씀드린 회사 방향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라고 할 수 있어요. 베르크에서 일하는 방식, 원두를 소개하고 커피를 내리는 일 모두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을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가진 커피 경험을 공유하고 멤버분들과 함께 긍정적인 삶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으로 더 많은 분들이 저희 브랜드를 알게 되시면서 시너지가 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커피가 아닌 분야에서 일을 하시고 관심이 있으신 분들과도 콜라보 협업을 꾸준히 진행했거든요. 정말 운이 좋아서 옥상달빛이랑 매장에서 공연한 적도 있고. 음악, 미술, 타투, 전시나 사진 하시는 아티스트 분들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베르크 하면,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서 되게 매력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움직임을 좋아해 주시니 구매도 자연스럽게 같이 늘어난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도 수익을 떠나서 더 근본적인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게 좋더라고요.
맞아요. 그게 정말 브랜딩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자기만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베르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지금의 사업 트렌드를 봤을 때는 커피맛에 너무 치중하지 않으셔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커피는 기본으로 갖추시되 어떤 영역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의 획일화된 카페 시장과는 달리 지금의 카페 시장은 많이 바뀌었어요.
카페의 차별화와 더불어 고객들의 커피에 대한 기준도 굉장히 상향 평준화되었구요. 진짜 엄청나게.
예전에는 장인이 하는 커피숍 가서 엄청나게 쓰고 진한 커피를 인상 찡그리지 않고 편하게 먹을 줄 알아야 ‘커피는 내가 좀 먹을 줄 알지’ 이랬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은 없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특정 개인의 취향에 따라 대중이 따라가지 않는 세대가 된 것 같구요.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그 카페만의 차별점이 보여야 되거든요.
예를 들어 디저트에 강점이 있다던지, 가구나 소품, 디자인을 통한 차별점이 있다던지. 아니면 그 매장의 컨셉이라든지, 일하는 사람들의 매력이라든지 커피 외적인 부분에서 오히려 사업의 영역을 고민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카페를 시작점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본인만의 매력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2021년은 베르크에게 어떤 한 해였나요?
2021년은 저희가 이제 4년 차 되는 해인데 공장을 이전하는 큰 이슈가 있었어요.
공장을 이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같은 시장에 있는 업체 대비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저희가 하던 방식이 기존의 회사들이 하던 방식이랑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는 굉장히 다르다고 보고 있는데 그런 저희만의 방식에 있어 저희끼리도 긴가민가 할 때가 많았어요. '과연 시장에 먹힐까?, 성장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
마침내, '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조금 확인할 수 있었던 해인 것 같아요. 이런 가능성이 있으니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고요.
저희가 원래 하던 방식대로 잘 발전시킨다면 다양한 모습에서 저희가 원하는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2년을 맞이하는 베르크의 목표가 궁금해요.
우선 사업적인 목표는 브랜딩 리뉴얼을 통해 원두 소매/도매 판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려 해요. 내부적으로는 구성원들의 삶이 편해지고 더 좋은 방향으로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구요. 당연히 수익적인, 급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는 시간, 일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주말 없이 개인 시간 없이 일하지는 않아요. 가족도 잘 못 보고, 정말 다 갈아 넣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방향은 내부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정말 중요하거든요. 2022년은 베르크의 브랜드 철학을 장기적인 방향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탄탄하게 다지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베르크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저희 커피를 통해 좀 더 일상이 긍정적으로 느껴지셨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커피는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매개체,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왔잖아요.
저희가 제공한 커피를 통해 좋은 영향력들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커피를 즐기시면서 베르크가 추구하는 긍정적인 삶의 방향에도
함께 동참한다는 마음도 생기시면 좋을 것 같고요.
본 인터뷰는 직접 진행한 인터뷰 중, 21년 12월 30일에 게시된 코케비즈 인스타그램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본 인터뷰는 원두 맞춤 구독 서비스, 코케와 카페 사장님들을 위한 전문몰, 코케비즈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