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취향 일기 07화

지금 바로 이 그림

by 제이미

즉흥적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감흥이나 기분에 따라 하는 것이고, 충동적은 마음속에서 어떤 욕구 같은 것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림을 하나 선택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즉흥적으로 그림을 골랐다.

에드바르 뭉크 <태양>, 1911~1916 오슬로대학교미술컬렉션

'유유자적 미술관'이라는 미술북클럽에서 미술책을 함께 읽고 있다. 북클럽장이 책을 몇 권 추천하고 그중에서 골라 두 달에 한 권정도 읽는다. 여유롭게 천천히 감상하듯 읽는 유유자적 북클럽이다. 1년에 한두 번 만나 함께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내 마음을 울린 문장만 필사할게 아니라 그림을 골라보자는 생각을 했다. 분명 내 마음을 울린 그림이 있을 텐데 너무 그림을 즐기지 않고 책을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클럽 이름도 '유유자적'인데 난 왜 이리 마음의 여유가 없을까. 그래서 고른 작품이 에드바르 뭉크의 <태양>이다. 그동안 북클럽에서 읽었던 책들을 휘리릭 넘겨보다 내 마음에 들어온 그림이다. 뭉크 전시는 처음으로 유유자적 멤버들과 함께 본 전시이기도 하다. 태안에 다녀와서 이 그림이 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고 실제로 바다에 뜬 태양이 이렇게 크고 찬란했는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게 된다. 이 그림은 오슬로대학교 벽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한 때는 이런 책을 읽고 미술을 감상하는 자체가 사치라도 생각한 적도 있었다. 미술감상 따위는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마음을 닫아버리기도 했다. 뭐 때문에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경제적 사정이나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기회를 안 주고 있었던 것뿐이다. 내가 나를 현실적으로 살라고 한 눈 팔지 말라고 다그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성실히 사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스스로에게 넋 놓고 좋아하는 그림을 보고 멍 때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보면서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건 괜찮고 미술책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는 건 사치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나 스스로에게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안 준다면 삶에서 놓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을까.


나는 오늘 나에게 알고리즘으로 인한 이미지나 영상이 아닌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선택한 그림을 볼 기회를 주었다.







keyword
이전 06화바다냐 산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