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서는 그 순간이 집밥의 시작
얼마 전만 해도 건강식에 대한 나의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건강식은 맛은 없지만 건강을 위해 챙겨 먹어야 하는 하는 식사가 내가 생각하는 건강식의 정의(?)였던 것 같다.
한 치 앞도 모는 게 인생이라던데... 신혼 3년 차, 30대인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젊은 암환자'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건강식을 챙겨 먹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병에 좋은 건 어떤 음식인지, 어떻게 먹어야 건강한 건지 등등을 찾아보다 보면 '그럼 뭘 먹고살라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한된 내용이 많았다. 물론 인터넷에서 찾는 정보들이 다 제각각일 때도 있고 건강식 관련 책 또한 한쪽 시각에 치우친 책이 많다 보니 다양한 시각을 가진 책들을 읽어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건강한 식사란 내가 직접 집에서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먹는 밥이었다.
(*다행히 나는 매우 초기에 발견된 경우라 발병 후 1년 이내에 수술과 항암을 모두 마칠 수 있었고, 앞으로 정기검진을 통해서만 건강관리를 하는 상황이라 현재 투병 중이신 환우분들에게는 맞는 식사 가이드는 아닐 수 있다는 점 참고 바랍니다. 치료 중에는 무조건 병원 교수님 말을 잘 들었던 환자 1인입니다.)
다행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아프기 전부터 회사를 다니면서도 저녁은 집밥으로 챙겨먹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주방에 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주방에 서면 '뭘 먹어야 하지?'가 가장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 고민을 해결해 보려고 건강식을 위한 다양한 쿠킹 클래스도 들어보고,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식단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자연요리지도사 자격증'도 따면서 다양하게 시도를 해본 결과 '집밥이라면 어떤 외식보다도 낫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건강에 예민해져 있는 나는 집밥보다 외식 비중이 많았던 기간에는 확실히 몸의 피로도나 면역력이 나빠진다는 게 몸소 느껴졌다. 사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방 앞에 서지 않고 밖의 음식을 많이 먹은 날들이었다. 아마 집밥이라고 하면 밥, 국, 반찬 3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는 아무도 주지 않는 압박(?)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먹는 것만으로 모든 병을 예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집밥을 챙겨 먹는 일을 '유병장수'를 위한 작은 몸부림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더 활기찬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기 위한 좋은 습관 만들기'가 더 좋은 표현인 것 같다.
내 인생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 시간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픈 날들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나만의 면역력 지키기 루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주방 앞에 서는 일들이 나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는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곳에서 적어나갈 이야기들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현실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건강한 집밥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앞으로도 꾸준히 잘해줬으면 하는 나를 위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 가이드를 통해 꾸준히 지키지 못할까 봐 '건강집밥'을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그렇게 엄격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