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제타건담 버카가 발매되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부연설명을 더하자면, 1979년에 시작한 건담 애니메이션의 플라스틱 모형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중에서도 디자인과 모형이 훌륭한 새로운 라인업이 발매된 것이다. 이래도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한 줄로 정리하자면 새로 나온 조립식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한 줄로는 부족하지만 이 글은 건프라를 이야기하기 위한 글이 아니니 이쯤 하겠다.
여튼 신상 건프라에 대한 매니아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샤넬 신상백의 인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국 각지의 매장에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계산하는 데만 1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누군가는 고작 10만 원짜리 장난감에 새벽부터 줄을 선다고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고작 10만 원짜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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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떤 미팅에서 상대방이 늦었다. 그럴 수 있다. 사람 일이라는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외출준비가 끝났는데 아이가 벽을 붙잡고 힘을 줄 때가 있다. 아이 얼굴에 눈물이 차오르고 코가 빨개지면서 엉덩이에 찬 기저귀가 무언가로 묵직해지는 순간 출발은 10분 늦어진다. 우리의 삶은 변수 투성이라는 건 알고 있다. 늦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다음이었다. 웃는 얼굴로 "제가 요즘 많이 바빠서요" 라면서 "제가 항상 늦어서 가족들도 이야기 하더라고요" 라고 말했다. 전혀 웃기지 않았다. 미팅 내용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저 사람은 나와의 미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많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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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어사전에 찾아본 항상이라는 말은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이라는 말은 위험하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항상 늦는다는 말은 사업이 위급한 순간이나 삶의 위기의 순간에 심지어 가족의 임종의 순간에도 늦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인정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항상이라는 말은 사용할 수 없는 말이다. 총과 칼앞에서 조절되는 분노조절장애는 그냥 화가 많은 사람의 변명인 것처럼 습관이 된 지각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결여이다. 그리고 본인의 민망함을 웃음으로 넘긴다고 하면 상대방에게 "당신은 또는 당신과의 일은 나에게 가치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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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의 태도의 말로가 어떨지 당신은 알 것이다. 물론 지각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최근 글로벌 지각대장 푸틴이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 자리에 미리 와서 기다렸다는 것을 보면서 푸틴과 스스로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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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의 시간 약속은 태도니 지능이니 이런말 할 필요도 없이 그냥 기본인 것이다. 다 큰 어른에게 가르치기도 뭐한 기본, 그리고 늦었다면 정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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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도 줄을 섰는데 제타 버카는 못샀고, 미팅도 맘대로 안되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