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진료실 불을 켜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상 자리에 앉을 때마다
오늘은 어떤 환자분들이 방문하실지 고민하곤 하는데요.
그분들이 아프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물론,
제가 반드시 낫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언제나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콕통증의학과 통증 전문의 김환희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지난달 외래에서 만난 한 분의 이야기인데,
이분을 통해 제가 다시 한번 깨달은 것들이 있거든요.
사실 다리가 저리다고 오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나는데,
대부분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이번 환자분은...
제게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날의 진료실, 그분과의 만남
평범한 화요일 오후였어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분을 보는 순간,
아, 이분은 정말 아프구나... 싶었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셨는데,
걸음걸이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스쿨버스 기사님이라고 자기소개를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엔 그냥 다리가 좀 저린 정도였는데
점점 심해져서 아이들 태우고 내릴 때마다
다리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올라온다고...
특히 오른쪽 다리 뒤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운전할 때마다 심해진다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는
전형적인 좌골신경통 증상이겠거니 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이게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ㅠㅠ
문진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이분이 증상을 느낀 게 벌써 6개월 전이었어요.
✅ 처음엔 가끔씩만 저리더니
✅ 점차 매일 느껴지게 되고
✅ 최근 들어서는 밤에도 잠을 못 잘 정도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그냥...
나이 탓이겠거니, 피곤해서 그러겠거니 하고
넘어가신 거예요.
아,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
스쿨버스 기사라는 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앉아서 운전하고,
아이들 안전을 위해 수시로 고개를 돌리고,
정말 허리와 다리에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본인은 그냥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셨던 거죠.
이런 분들 정말 많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참을성이
때로는 독이 될 때가 있어요.
진짜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
환자분께 설명드렸어요.
지금 증상만 보면 단순한 근육 문제가 아니라
허리 신경이 눌리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를 찍어보자고요.
네, 바로 영상의학과 원장님 협진을 통해
촬영을 진행했죠.
결과를 보는 순간...
아, 이분 정말 아프셨겠구나 싶었어요.
✅ 요추 4-5번 디스크 돌출
✅ 요추 5번-천추 1번 디스크 돌출
✅ 양측 신경근 압박 소견
한 마디로 여러 마디에 걸쳐서
디스크가 나와 있었던 거예요.
환자분께 결과를 설명드리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아이들을 이제 못 태우는 건 아니냐고,
수술해야 하는 건 아니냐고...
그 순간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이분에게 스쿨버스 운전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거든요.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이분에겐 정말 큰 기쁨이었던 거죠.
일단 환자분을 안심시켜드리는 게 우선이었어요.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
적절한 시술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차근차근 설명드렸죠.
다만 단순한 주사치료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고,
PEN이라는 시술을 권해드렸어요.
PEN(Percutaneous epidural Neuroplasty) 시술은
염증으로 인해 들러붙은 신경 주변 조직을
내시경으로 직접 보면서 박리해주는 시술인데,
이분처럼 여러 마디에 걸쳐 문제가 있는 경우
정말 효과적인 치료방법이거든요.
시술 당일, 그리고 놀라운 변화
시술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C-arm으로 직접 보니
역시 신경 주변에 염증성 유착이
상당히 심한 상태였더라고요.
하나하나 박리해주면서
압박받던 신경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줬죠.
시술 후 회복실에서
환자분이 하신 첫 마디가 기억에 남아요.
다리가... 좀 시원해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즉각적으로 압박이 해소되면서
느끼시는 변화였던 거죠.
그리고 일주일 후, 환자분이 재방문했을 때는
정말 놀라웠어요.
일주일 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시더라고요.
걸음걸이부터가 달라졌어요.
이전의 그 조심스럽고 아픈 티가 나던 걸음이 아니라,
자신감 있고 안정된 걸음이었죠.
✅ 오른쪽 다리저림 거의 소실
✅ 찌릿찌릿한 방사통 현저히 개선
✅ 야간 통증으로 인한 수면 장애 해결
정말 제2의 인생을 얻으신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뭉클해지더라고요 ㅠㅠ
이런 순간들이 제가 통증의학과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예요.
이 환자분을 통해 배운 것들
사실 이분의 사례를 통해
제가 다시 한번 깨달은 게 많아요.
먼저, 직업과 관련된 통증 패턴의 중요성이에요.
스쿨버스 기사라는 직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증상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과 예방법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죠.
두 번째는 환자분의 심리적 측면이에요.
이분에게 운전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소중한 연결고리였거든요.
그런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치료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어요.
세 번째는 적절한 시점의 치료 개입이에요.
6개월간 참고 견디신 것도 대단하시지만,
더 일찍 오셨다면 더 간단한 치료로도
충분했을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제라도 오셔서 다행이었죠 ;;
다리저림,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이분의 사례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게 있어요.
다리저림이나 찌릿찌릿한 증상을
절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에요.
✔️ 근육 문제일 수도 있지만
✔️ 신경 압박일 수도 있고
✔️ 혈관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
특히 이런 증상들이 있을 때는
정말 주의깊게 살펴봐야 해요.
� 한쪽 다리에만 국한된 저림
� 특정 자세에서 악화되는 통증
� 밤에 심해지는 증상
� 점차 범위가 넓어지는 저림
이런 패턴을 보이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라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선생님이에요.
이번 스쿨버스 기사님도 마찬가지고요.
환자 한 분 한 분을 통해
새로운 걸 배우고, 더 나은 의사가 되려고 노력해요.
다리저림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혼자 참고 견디지 마세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분명 좋아질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분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김환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