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만 꼭 기억하세요
진료실에서 정말 가슴 아픈 순간이 있어요.
60대 할머니 한 분이 오른쪽 등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들어오실 때였습니다.
물집은 다 말랐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고,
혹시 자신이 유난히 약한 건 아닌지 걱정하시더라고요.
아니에요, 절대 유난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통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때마다
‘내 문제인가’ 하고 우려하는 경우가 잦은 듯합니다. ㅜㅜ
이런 분들에게 절대 환자분 본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드리고 싶은 저는
콕통증의학과 통증 전문의 윤은장입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치료했던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분의 이야기를 통해
이 질환의 실체와 치료 과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많은 의료진들도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
그냥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시거나
단순히 진통제만 처방해주고 기다리자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접근은 환자분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저를 찾아오신 60대 환자분
이 환자분은 60대 평범한 가정주부셨어요.
한 달 전에 오른쪽 등에 대상포진이 생기셔서
가까운 종합병원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당연히 피부과에서 치료받는 게 맞다고 생각하셨겠죠.
물집도 생기고, 피부에 문제가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피부과에서 먹는 약도 받고
물집 관리도 열심히 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물집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데
통증은 오히려 더 심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환자분 말씀으로는
“닿기만 해도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
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얼마나 아프셨으면
오른쪽으로는 아예 누울 수도 없고
옷도 큰 사이즈만 입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집안일도 거의 못 하실 정도였다고 하고요.
그러다 우연히 '콕선생님' 유튜브 채널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대한 영상을 보시게 되었고
서둘러 저희 병원을 찾아오신 거였어요.
(여러분도 한번 보실래요? 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MY9wQEme3vc
환자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모습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 오른쪽 어깨를 움츠리고 계시는 자세
✅ 옷이 등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으시는 모습
✅ 의자에 앉을 때도 등받이에 기대지 못하시는 것
이 모든 게 전형적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모습이었거든요.
환자분께 등을 보여달라고 하니
대상포진이 있었던 자리에는 이미
물집은 다 말라있었어요.
하지만 그 부위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깜짝 놀라실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이게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입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뭔가요?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우리 몸 신경절에 숨어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동하는 거예요.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활동하면서
우리 신경에 손상을 준다는 거예요.
물집은 며칠 지나면 나아지지만
한번 손상된 신경은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부 병변은 다 나았는데도
계속해서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거죠.
이게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정체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좀 더 일찍 오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대상포진 초기에 적극적인 신경치료를 시작했다면
후유증으로 넘어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특징들
이 질환의 통증 양상은 정말 독특해요.
일반적인 염증성 통증과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 화끈거리고 타는 듯한 느낌
� 칼로 찌르거나 전기가 오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
�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 (이질통)
� 옷깃만 스쳐도 참을 수 없는 아픔
�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
특히 '이질통'이라고 하는 증상이 특징적인데
이건 원래는 아프지 않아야 할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거예요.
바람이 살짝 스치거나
옷깃이 닿는 정도의 자극에도
견디기 어려운 통증이 오는 거죠.
환자분도 이런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치료는 어떻게 접근했나?
이 환자분을 처음 만났을 때가
대상포진 발병 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어요.
이미 급성기는 지났지만
아직 신경치료를 시작하기에는 늦지 않은 시기였죠.
우선 환자분께 정확한 진단명과
앞으로의 치료 계획에 대해 설명드렸어요.
이건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그런 종류의 통증이 아니라
적극적인 신경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요.
환자분께서 그때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나요.
피부과에서는 물집만 관리해 주시고
통증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본인이 유난히 약한 건 아닌가 걱정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안타까웠어요 ;;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의 핵심은
손상된 신경의 회복을 돕고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거예요.
이 환자분에게는
CI(C-arm Intervention) 주사치료를 중심으로 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1️⃣ 손상된 신경 부위에 직접 약물 주입
2️⃣ 염증 반응 억제 및 신경 회복 촉진
3️⃣ 비정상적인 통증 신호 차단
치료는 주 1회씩 진행했고 환자분의 반응을 보면서
약물의 종류와 농도를 조절해 나갔어요.
솔직히 첫 번째 치료 후에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어요.
신경 손상으로 인한 통증은
하루아침에 좋아지는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환자분께서 2주 후 두 번째 치료받으러 오셨을 때
표정부터 달라져 있으시더라고요.
밤에 잠을 좀 잘 수 있게 되었다고,
옷을 입을 때도 예전만큼 조심스럽지 않다고 하시면서요.
치료 시작 한 달 후에 환자분을 다시 만났을 때의 모습은
정말 처음 오셨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어요.
진료실에 들어오실 때 어깨를 움츠리지도 않으시고
의자 등받이에도 자연스럽게 기대고 계시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환자분께서 하신 말씀이었어요.
이제 '등에 무언가 닿는다'라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게 가장 소소한 행복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바로 전문의 진료를 받으세요.
� 대상포진 발병 후 72시간 이내
� 물집이 나아도 계속되는 심한 통증
� 옷깃이나 바람에도 견디기 어려운 통증
�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통증
�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불편감
특히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해요.
대상포진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적극적인 통증 관리를 시작하면
후유증을 상당히 줄일 수 있거든요.
완치라는 표현이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는
충분히 회복 가능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거예요.
포기하지 마세요.
분명히 치료법이 있고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혼자 참고 견디지 마시고
전문의와 상담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윤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