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보는 <자가 체크리스트>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환자분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또 별거 아니겠지' 하는 체념 섞인 얼굴.
사타구니가 아픈데, 여러 병원을 다녀도
시원한 답을 못 들으셨다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근육 긴장이라는 말만 듣고,
물리치료 몇 번 받고, 소염제 처방받고 돌아가시죠.
그런데 며칠 지나면 또 똑같이 아프고... 이게 반복되는 겁니다 ;;
안녕하세요.
10년 넘게 통증 하나만 파고들며
수술 없이 환자분들을 낫게 해드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콕통증의학과 통증 전문의 한예름입니다.
블로그를 쓰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환자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역시
이쪽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네요. ^^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야기는 조금 특별합니다.
제 진료실에 오신 한 환자분의 사연인데요,
이분은 직업이 'PT 트레이너'셨어요.
본인이 몸을 다루는 전문가인데도
자기 통증의 원인을 몰라 답답해하시던 분이었죠.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여러분도 혹시 모를 고관절 문제를 스스로 체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 제가 트레이너인데 제 몸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30대 초반 남성분이셨는데요.
첫 상담 때부터 표정이 어두우셨어요.
운동을 10년 넘게 해오신 분이라
본인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사타구니 쪽에 찌릿한 느낌이 들더니,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처음엔 '오늘 운동을 좀 심하게 했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셨대요.
근데 이게 일주일, 한 달... 계속되더래요.
특히 고중량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할 때
사타구니에서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확 올라왔고,
일상생활에서도 걷다가, 앉았다 일어날 때,
심지어 신발 신을 때도 불편해지셨다고 합니다.
본인이 트레이너다 보니 고객들한테 시범도 보여야 하는데,
그게 점점 힘들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ㅠㅠ
그래서 근처 정형외과 몇 곳을 다녀보셨대요.
거기서 들은 진단은 '고관절 내전근 긴장'.
스트레칭 열심히 하시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으셨대요.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통증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서 불안해지셨다고 합니다.
"제 직업이 이건데, 이렇게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콕병원을 알게 됐어요."
이 말을 들으면서 저는 직감했습니다.
'아, 이분은 제대로 된 진단을 못 받으신 거구나.'
고관절충돌증후군 증상 - 단순 근육통이라고요? 절대 아닙니다
사실 고관절 쪽 통증은 진단이 정말 까다롭습니다.
왜냐하면 이 부위에는 근육도 많고, 인대도 많고,
힘줄도 복잡하게 얽혀있거든요.
그래서 경험 없는 의료진이 보면
'그냥 근육 문제' 정도로 넘어가기 쉬운데요.
저는 환자분께 몇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사타구니 안쪽에서 뭔가 '막히는' 느낌이 드는가?
✅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앉을 때 통증이 생기는가?
✅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고관절이 뻐근한가?
✅ 계단을 오를 때 특정 각도에서 불편한가?
✅ 운동 중 특정 동작(스쿼트, 런지 등)에서 통증이 심해지는가?
환자분은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맞아요, 정확히 그래요.
특히 다리를 올릴 때 뭔가 걸리는 느낌? 그게 제일 힘들어요."
바로 그겁니다.
이런 증상들은 단순 근육 긴장에서는 나타나지 않아요.
이건 고관절 안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거든요.
고관절충돌증후군은 말 그대로,
대퇴골 머리 부분과 비구(골반 쪽 관절)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마찰이 반복되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관절 연골까지 손상될 수 있거든요.
그럼 정말 수술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말씀드렸어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MRI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증상만 봐서는 단순 근육 문제가 아니에요."
당일 MRI를 촬영하였고, 오후에 바로 결과가 나왔는데요.
예상대로였습니다.
1️⃣ 요추 4-5번 추간판에 경미한 퇴행성 변화
2️⃣ 좌측 고관절 부위에 명확한 염증 소견
3️⃣ 고관절 연골 주변 조직 손상 징후
환자분께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보세요, 여기 이 부분이 정상보다 밝게 보이죠?
이게 염증이 있다는 신호예요.
그리고 이쪽 연골 주변도 약간 불규칙하게 보이는데,
이게 바로 충돌이 반복되면서 생긴 손상입니다."
환자분은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한숨을 푹 쉬셨어요.
"그럼 이거 수술해야 하나요...?"
이 질문, 제가 정말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고관절충돌증후군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 가능해요.
중요한 건 딱 하나.
'정확한 위치'에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느냐입니다.
저는 환자분께 치료 계획을 설명드렸어요.
정밀한 주사치료를 통해 염증을 제거하고
이후 체외충격파와 운동 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요.
SI 주사 + CI 주사 - 정밀함이 전부입니다
저는 이 환자분께 두 가지 방식의 주사치료를 계획했습니다.
✔️ SI(초음파 유도하) 주사치료
✔️ CI(C-arm Intervention) 주사치료
왜 두 가지를 병행하느냐?
고관절 주변은 구조가 정말 복잡합니다.
그냥 눈대중으로 '이쯤이겠지' 하고 찌르면 절대 효과가 없어요.
초음파로는 연부조직과 염증 부위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접근하고,
C-arm으로는 뼈와 관절 내부 구조를
정밀하게 확인하면서 약물을 정확히 주입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같은 '주사'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져요.
이게 바로 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하는 일입니다.
정확한 진단, 정확한 위치, 정확한 용량.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첫 시술 후 환자분께 말씀드렸어요.
"오늘부터 3일 정도는 무리한 활동 피하시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그때 상태 보고 추가 치료 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일주일 뒤 재진 때 환자분이 들어오시는데,
표정부터 달라져 있더라고요.
"선생님, 통증이 확실히 줄었어요.
앉았다 일어날 때도 이제 안 아프고, 계단도 편하게 오를 수 있어요."
좋은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염증은 줄었지만, 아직 고관절 주변 조직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추가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권했습니다.
체외충격파는 비침습적이면서도 조직 재생을 촉진하고,
혈류 개선에 정말 효과적이거든요.
특히 고관절충돌증후군처럼
반복적인 마찰로 손상된 부위에는 꼭 필요한 치료입니다.
대신 조금 아프기도 합니다. 염증에 정확히 충격을 주는 거니까요. ㅎㅎ
또, 콕만의 비법 스트레칭도 몇 가지 알려드렸는데요.
환자분은 본인이 트레이너시니까 운동은 잘 아시지만,
고관절 문제가 있을 때 해야 하는 '특정 운동'은 따로 있거든요.
고관절 주변 근육의 균형을 맞춰주고,
잘못된 움직임 패턴을 교정하지 않으면 또다시 재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한 달 반 정도 꾸준히 치료받으신 후,
"선생님, 이제 다시 고중량 운동도 할 수 있어요.
고객들한테 시범 보이는 것도 전혀 문제없고요.
진작 여기 올걸 그랬어요."
이런 말씀 들을 때가 제일 보람차죠 ^^
고관절전문병원? 중요한 건 '누가' 보느냐입니다
요즘 인터넷에 '고관절전문병원' 검색하시는 분들 많으시더라고요.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하지만 제가 환자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요.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느냐가 핵심입니다.
고관절충돌증후군 같은 경우는 단순 X-ray만 봐서는 진단이 거의 불가능해요.
MRI 같은 정밀 검사가 필수고,
그 영상을 '제대로 읽어낼 줄 아는' 의료진이 있어야 하죠.
그리고 치료 역시 마찬가지예요.
주사 하나 놓더라도 초음파나 C-arm 같은 영상 장비를 활용해서
정확한 위치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드릴게요.
아래 증상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고관절충돌증후군을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 사타구니 안쪽에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
✅ 다리를 들어 올릴 때 '걸리는' 느낌이 든다
✅ 양반다리나 쪼그려 앉기가 힘들다
✅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고관절이 뻐근하다
✅ 운동할 때 특정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진다
✅ 계단 오르기가 불편하다
✅ 신발 신거나 양말 신을 때 불편하다
이런 증상들은 '나이 들어서', '운동 부족', '근육 긴장' 같은
단순한 이유로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관절 안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치하면 연골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꼭 정밀 검사 받아보시길 권해드려요.
통증은 참는 게 아니라 '해결'하는 겁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늘 느끼는 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통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신다는 거예요.
"이 정도는 참을 만해요."
"나중에 더 심해지면 그때 가야죠."
하지만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혹시 지금 사타구니 쪽 통증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다면,
'그냥 근육 문제겠지' 하고 넘기지 마시고
한 번쯤은 정밀 검사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여러분의 고관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감사합니다.
한예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