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받은 진단명은… <필독>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두려운 적 있으신가요.
발레리노가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어요.
안녕하세요.
오른쪽 왼쪽 엉덩이 통증, 또는 허리와 엉덩이가 함께 아파서 이 글을 찾아오셨을 분들께
오늘은 진료실에서 제가 직접 마주했던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풀어드리려고 해요.
단순한 근육통이겠지, 운동하다 무리했겠지 하고 넘어가기엔
엉덩이 통증의 원인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을 수 있거든요.
아, 저는 <콕통증의학과> 통증의학과 전문의 한예름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발레리노가 제게 처음 왔을 때
20대 초반의 남성 환자분이 처음 내원하셨을 때,
저는 사실 외형만 보고는 설마 10년째 통증이 지속됐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키도 크고, 체형도 완벽하게 단련된 발레리노였거든요.
그런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10년 전부터 허리와 양쪽 엉덩이 쪽 통증이 있었고
처음에는 운동하다가 무리한 거겠지 하고 넘겼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3년 전부터 통증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하셨죠.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와 엉덩이가 뻣뻣하게 굳어 있어서
한참을 움직여야 겨우 풀리고, 진통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데
며칠 지나면 또 재발하는 패턴이 반복됐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단순한 근골격계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침 강직, 약물 반응 후 반복적 재발, 젊은 연령의 만성 요통, 양측 둔부 통증.
이 조합이 특정 질환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거든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당일 요추부 MRI와 천장관절 MRI를 함께 시행했어요.
당일 MRI 검사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결과는 두 가지였습니다.
요추 5번-천추 1번 사이 추간판 팽윤, 그리고 양측 천장관절염.
추간판 팽윤, 즉 디스크가 약간 膨出되어 있는 건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양쪽 천장관절에 모두 염증 소견이 확인된 건 중요한 단서였어요.
천장관절은 허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관절인데,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전형적으로 엉덩이 깊숙한 곳,
허리와 엉덩이 경계 부위가 묵직하게 아프거나 찌릿하게 아픈 증상이 나타나요.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편측이 더 심하게 아픈 경우도 많고,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특히 통증이 심해지기도 하죠.
이 환자분의 경우 양측 천장관절 모두에 염증 소견이 있었고,
임상 양상을 종합했을 때 축성 척추관절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어요.
축성 척추관절염은 척추와 골반 관절 중심으로 염증이 생기는 류마티스 계열의 질환인데,
40세 이전에 시작되는 만성 요통과 둔부 통증, 아침 강직,
그리고 활동하면 오히려 나아지는 특성이 있어요.
특히 밤에 더 아프거나 쉬면 더 뻣뻣해지는 패턴이라면 더욱 의심해봐야 해요.
강직성척추염과의 감별을 위해 HLA-B27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는데, 다행히 음성 소견이었어요.
하지만 유전자 음성이라고 해서 척추관절염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건 아닙니다.
혈청음성 척추관절염도 존재하기 때문에, MRI 소견과 임상 양상을 함께 고려해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에 협진 의뢰를 진행했어요.
이런 경우에 저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적절한 협진 체계를 활용하는 게 환자분께 훨씬 이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협진을 진행하는 동시에, 본원에서는 두 가지 방향으로 치료를 병행했어요.
첫 번째는 C-arm 투시 장치를 이용한 천장관절 주사치료와 요추 주사치료였어요.
C-arm, 즉 영상 장치를 보면서 정확한 위치에 주사하는 방식이라 단순 촉진으로 진행하는 주사보다
훨씬 정밀하게 목표 부위에 접근할 수 있어요.
염증이 있는 천장관절 주변에 직접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통증의 원인 부위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는 도수재활치료였어요.
단순히 통증만 줄이는 게 아니라,
잘못된 자세나 골반 불균형을 함께 교정해줘야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요.
발레리노라는 직업 특성상 고강도 동작이 반복되는 환경이기 때문에,
단순 통증 완화보다는 기능 회복과 재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신 결과, 아침 강직이 눈에 띄게 줄었고 통증 강도도 많이 낮아지셨어요.
처음에 오셨을 때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지 불안해하시던 그 표정이,
치료가 이어지면서 점차 밝아지는 걸 보면서 저도 진짜 뿌듯했습니다.
엉덩이 통증, 천장관절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 환자분의 케이스에서 천장관절염과 척추관절염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허리와 엉덩이 경계 통증의 원인은 정말 다양해요.
아래에 제가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원인들을 정리해드릴게요.
출처: Cleveland Clinic
✅ 이상근 증후군
엉덩이 깊숙이 위치한 이상근이라는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염증이 생기면,
그 아래를 지나가는 좌골신경을 압박해서 엉덩이 통증과 함께 허벅지나 종아리까지 저리는 느낌이 올 수 있어요.
오래 앉아 있는 분들, 특히 직장인이나 장시간 운전하시는 분들에게 자주 발생해요.
✅ 대전자 점액낭염
대전자는 허벅지 바깥쪽 골반 아래 부위의 뼈 돌기인데, 여기에 있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면
엉덩이 옆쪽에서 허벅지 바깥까지 통증이 이어지기도 해요.
계단을 오르거나 옆으로 누울 때 특히 아프다면 의심해볼 수 있어요.
✅ 천장관절 기능 이상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천장관절은 허리뼈와 골반뼈가 연결되는 관절이에요.
이 관절의 기능 이상이나 염증은 엉덩이 안쪽 깊은 곳, 또는 허리와 엉덩이 경계 부위에 통증을 일으켜요.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뚝, 하는 느낌과 함께 아프다면 천장관절을 의심해볼 수 있어요.
✅ 고관절 질환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이 연결되는 관절이에요.
고관절 자체의 문제, 예를 들어 관절염이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같은 경우
엉덩이 앞쪽이나 사타구니 쪽으로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엉덩이 뒤쪽으로도 방사될 수 있어요.
✅ 허리 디스크 및 척추 협착증
허리 신경이 눌리는 경우, 통증이 허리에서만 그치지 않고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방사통이 생겨요.
걸을수록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느낌이 동반된다면 허리 문제를 같이 살펴봐야 해요.
✅ 강직성 척추염 및 척추관절염
이 환자분처럼 젊은 연령에서, 특히 40세 이전에 시작된 만성 요통과 엉덩이 통증,
아침 강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류마티스 질환 감별을 해야 해요.
MRI에서 천장관절염 소견이 보이거나, 염증 수치가 높다면 단순한 근골격계 문제가 아닐 수 있어요.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도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엉덩이 통증이 오른쪽에만 있는지, 왼쪽에만 있는지, 아니면 양쪽인지도 진단에 중요한 정보예요.
편측, 즉 한쪽만 아픈 경우에는
이상근 증후군, 단측 천장관절 기능 이상, 고관절 문제, 디스크성 방사통 등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어요.
반면 양측이 함께 아프거나 번갈아 가면서 아픈 경우,
또는 허리 중앙에서 엉덩이 전체가 뻣뻣한 경우는
이 환자분처럼 척추관절염 계열 질환이나 중추성 원인을 고려해야 해요.
물론 이것은 하나의 참고 기준일 뿐이고, 정확한 원인은 이학적 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야만 알 수 있어요.
이 발레리노 환자분 케이스에서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는 한 가지예요.
젊다고 해서 통증을 그냥 버티거나, 진통제로만 달래는 건 답이 아니에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확한 진단 없이 버텨온 사이, 양측 천장관절에 염증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만약 조금 더 일찍 정확한 검사를 받았다면, 병의 진행을 더 빨리 억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척추관절염 계열의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수록 장기적인 기능 보존에 훨씬 유리해요.
류마티스 질환이 의심될 경우,
적절한 항염증 치료나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 환자분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단 하나가, 그리고 그 진단 후의 적절한 치료가 한 사람의 꿈을 되살릴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ㄴ 엉덩이 통증으로 힘겨워하는 환자들이 맞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신경 쓰겠습니다.
엉덩이 통증, 이런 경우에는 꼭 병원에 오세요
마지막으로, 어떤 경우에 검사가 필요한지 정리해드릴게요.
✔️ 엉덩이 통증이 4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 아침에 일어날 때 유독 뻣뻣하고, 움직여야 풀리는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
✔️ 40세 이전에 시작된 만성적인 허리, 엉덩이 통증이 있는 경우
✔️ 진통제를 먹으면 좀 나아지다가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 엉덩이에서 허벅지나 종아리까지 저리거나 당기는 방사통이 동반되는 경우
✔️ 한쪽 엉덩이 통증이 시작됐다가 반대쪽으로 옮겨 다니는 경우
통증은 오래 방치할수록 치료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염증성 질환은 진행을 억제하는 타이밍 자체가 치료의 일부예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혹시 그 발레리노 환자분처럼,
그냥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래 참아오셨다면, 오늘이 그 참음을 멈출 타이밍일 수 있어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는 이유 없이 오지 않거든요.
엉덩이가 아프다는 건, 단순히 불편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뭔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 그게 치료의 진짜 시작이에요.
오늘 이 글이 엉덩이 통증과 허리 통증으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예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