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을 위한 <신경과 의사> 지침서
머리가 아프다는 말,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는 날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며칠째 계속되고, 어지럽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잠도 못 자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기기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너무 많으니까요.
안녕하세요.
머리가 아파서 이 글을 찾아오셨을 텐데, 두통의 원인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요.
뇌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건 다른 곳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저는 오랜 시간 두통 환자들을 점검해 왔던
콕통증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조성호입니다.
두통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뇌는 정상이라고 하고,
그럼 대체 왜 이렇게 아픈 건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거든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두통의 원인 중에서 실제로 뇌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 그러니까 뇌종양이나 뇌출혈, 뇌혈관 이상 같은 경우는 전체 두통 환자 중 일부에 불과해요.
나머지 대부분은 뇌 자체가 아닌 다른 원인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두통이 생기면 뇌에만 집중하고, 뇌가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그냥 진통제를 먹거나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곤 해요.
그게 반복되면서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원인을 못 찾고 고생하시는 분들이 생기는 거예요.
오늘 소개드릴 환자분도 그런 분이셨어요.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분 이야기
처음 진료실에 오셨을 때, 환자분의 표정이 기억나요.
많이 지쳐 보이셨어요.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게 너무 심해졌다고 하시면서, 가슴도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하셨어요.
이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계셨는데, 증상이 계속되니까
스스로도 이게 정말 마음의 문제만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하셨다고 했어요.
특히 두통이 너무 심하니까 뇌에 뭔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셨다고요.
저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일단 뇌부터 확인해드리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걱정을 안고 사시는 것 자체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거든요.
명확하게 배제를 해드리는 것 자체가 치료의 일부예요.
당일 뇌 MRI 검사 가능한
콕통증의학과 오시는 길
당일 뇌 MRI와 MRA 검사를 시행했고, 다행히 뇌병변이나 뇌혈관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를 설명드릴 때 환자분이 눈에 띄게 안도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그 표정을 보면서 저도 마음이 좀 놓였어요.
그런데 저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어요.
뇌가 멀쩡하다고 해서 이 모든 증상이 단순한 스트레스나 불안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엔, 증상 패턴이 너무 구체적이었거든요.
빈맥, 가슴 불편감, 기립할 때 심해지는 어지럼증, 수면 장애.
이것들이 한꺼번에 나타날 때,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을 먼저 의심하는 게 신경과적 접근이에요.
자율신경계 기능 검사를 시행한 결과, 기립성빈맥증후군 진단이 나왔어요.
기립성빈맥증후군은 앉거나 누워있다가 일어설 때 심박수가 과도하게 빠르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자율신경 증상이 동반되는 질환이에요.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두통, 피로감, 수면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고,
스트레스나 불안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로 먼저 진단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물론 심리적 요인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자율신경계 문제가 근본에 있는 경우엔 심리 치료만으로 증상이 잘 잡히지 않아요.
이 환자분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증상이 계속됐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어요.
기립성빈맥증후군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환자분의 증상은 빠르게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심장 두근거림이 줄었고, 잠도 예전보다 훨씬 잘 주무신다고 하셨어요.
두통도 많이 가라앉았고요.
이 케이스를 통해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한 건, 두통 하나도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끝까지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거예요.
출처: Springer Nature
두통, 원인이 이렇게 다양해요
머리가 아프다는 증상 하나로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의 실제 원인은 정말 다양해요.
주요한 원인들을 한 번 짚어볼게요.
1️⃣ 긴장성 두통
가장 흔한 두통이에요.
머리 전체가 조이는 듯한 느낌, 띠를 두른 것 같은 압박감이 특징이에요.
과로, 수면 부족, 자세 불량,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에요.
뇌에는 이상이 없고, 치료도 비교적 잘 돼요.
2️⃣ 편두통
한쪽 머리가 박동성으로 욱신거리는 두통이에요.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지거나 구역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요.
유발 인자(특정 음식, 수면 변화, 호르몬 변화 등)가 있는 경우가 많고, 재발이 잦아요.
단순 진통제로 잘 안 잡히면 편두통 전용 약물이 필요해요.
3️⃣ 경추성 두통
목에서 비롯되는 두통이에요.
경추 디스크, 협착, 근육 긴장 등이 원인이 되고, 후두부나 목덜미 쪽에서 통증이 시작되어 머리 위쪽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목이 뻣뻣하거나 특정 자세에서 두통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어요.
두통 중에서도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은 편이에요.
경추성 두통은 전체 두통의 약 15~2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뇌 MRI가 정상인 만성 두통 환자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견돼요.
4️⃣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두통
오늘 소개드린 환자분처럼, 기립성빈맥증후군이나 자율신경 기능 이상이 두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예요.
어지럼증, 심박수 이상, 수면 장애가 함께 있다면 반드시 자율신경 검사를 고려해봐야 해요.
5️⃣ 약물 과용 두통
진통제를 너무 자주 먹으면 오히려 두통이 더 자주 생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해요.
한 달에 15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약물 과용 두통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 경우엔 약을 끊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치료의 핵심이에요.
6️⃣ 뇌혈관 이상, 뇌압 변화 등
이건 전체 두통 중 비율은 낮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원인이에요.
갑자기 생애 최고로 심한 두통이 생기거나,
발열과 함께 목이 뻣뻣해지거나,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동반될 때는 응급으로 확인이 필요해요.
이런 경우를 위해 저희는 뇌 MRI와 MRA 검사를 통해 기질적 원인부터 정확히 배제하는 과정을 거쳐요.
머리가 너무 아플 때, 이런 경우는 빨리 확인하세요
두통 중에서도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한 신호들이 있어요.
✅ 갑자기 생긴, 살면서 가장 심한 두통
✅ 두통과 함께 한쪽 팔다리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질 때
✅ 발열, 오한, 목 뻣뻣함이 동반될 때
✅ 두통이 점점 심해지면서 의식이 흐려질 때
✅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두 개로 보일 때
이런 증상이 있다면 두통의 원인을 알아보기 전에 빠르게 응급 평가를 받아야 해요.
반면 만성 두통, 즉 수개월 이상 반복되는 두통이라면
위와 같은 응급 신호 없이 조금 더 여유 있게 원인을 파악해나갈 수 있어요.
뇌 MRI 정상 소견을 확인한 뒤,
경추성 원인인지, 자율신경계 문제인지, 편두통인지, 약물 과용인지를 순차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두통, 진통제로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닌 이유
진료를 하다 보면 몇 년째 진통제를 달고 사시는 분들을 자주 만나요.
아플 때마다 약국에서 사서 먹고, 괜찮아지면 또 넘어가고.
사실 이게 쌓이면 더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약물 과용 두통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진짜 원인은 그 사이에 계속 방치되고 있는 거니까요.
ㄴ 통증으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성 문제를 끝까지 돌보겠습니다.
머리가 아픈 게 반복된다면, 한 번쯤은 왜 아픈지를 따져봐야 해요.
뇌가 정상이라는 확인이 필요한 분도 있고, 경추를 봐야 하는 분도 있고, 자율신경계 검사가 필요한 분도 있어요.
그 답을 찾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시작될 수 있어요.
오늘 소개드린 환자분은 뇌가 정상이라는 걸 확인하고,
자율신경 검사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고 나서야 비로소 증상이 좋아지기 시작하셨어요.
원인을 모를 때의 불안과, 원인을 알았을 때의 안도감은 그 자체로도 치료 효과가 있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서 오랫동안 머리가 아프셨는데 원인을 모르는 분이 계신다면,
조금 더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수 있어요.
진통제 하나로 버티는 것보다, 한 번 제대로 원인을 찾는 편이 장기적으로 훨씬 나아요.
오래 고생하신 분들일수록, 진단 하나가 삶을 바꾸기도 한다는 걸 진료실에서 매번 느끼고 있어요.
오랜 시간 원인 모를 통증을 견디며 쌓여온 마음의 짐까지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그 고통의 끝을 함께 찾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다시 평범하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저는 늘 이곳 진료실에서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