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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솔 Oct 04. 2024

꾸준함이란 '매일매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잘못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꾸준함'이라는 게 '매일 일정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꾸준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꾸준함'에 대해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꾸준함이란 '매일매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7월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그리 성실하게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학습지는 매일 같은 양을 푼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공부 방식이다. 공부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 같은 양을 공부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날은 세 장을 풀었고, 어떤 날은 열 장을 풀었으며, 어떤 날은 한 장도 풀지 않았다. 한 장도 풀지 않는 날이 며칠을 이어지다가 수업을 앞두고 하루에 서른 장을 부랴부랴 풀기도 했다.


그 사실 때문에 울적한 기분에 빠져든 적도 있었다. 왜 나는 매일 꾸준히 하지 못하지? '매일 꾸준히'라는 환상을 붙들고 있자니 자꾸만 자학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성실함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게으른 나를 탓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성인의 공부는 아이의 공부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루 아홉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이 매일 공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성인에게 요구되는 성실함은 아이에게 요구되는 성실함과 그 형태가 다르다.


나는 '꾸준함'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매일매일이 아니라, '계속'이라고. 매일 출석 도장을 찍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중에 며칠씩 공부를 못하게 되는 날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게 어른의 성실함이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오늘은 망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 떠오른다. 주말에 정오를 넘겨 기상하면 그날은 망한 거였다. 내가 야심차게 세워놓곤 하던 주말 계획에 따르면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 운동을 하고, 8시까지 귀가해 가볍게 식사를 한 뒤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12시는 기상 시간이 아니라 점심을 먹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으므로, 12시에 눈을 떠버렸다면 그날 하루는 통째로 망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고방식 자체가 늘 그런 식이었다. 이를테면 1시부터 무언가를 하기로 했는데,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1시 정각을 넘겨버리면 그건 또 망한 거였다. 조금 늦었더라도 그때부터 시작하면 될 텐데 도대체 뭐가 망했다는 거였을까?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나는 '잘못된 완벽주의'라고 부른다. 잘못된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계획이 한 치의 틀어짐도 없이 완벽하게 실행되기를 꿈꾼다. 조금이라도 변수가 생기면 그건 '망한' 것이다. 또 그들은 첫 술에 배부르기를 원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그러지 못하면 망한 거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들의 하루는 별것 아닌 이유로 아주 쉽게 '망해' 버린다. 사실은 전혀 망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망했다고 생각하면서 손을 놓아버리고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어린 시절에는 '완벽주의'라는 말을 핑계로 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놓고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나 자신을 정당화했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건 완벽주의가 아니었다. 일을 망칠 것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 잘할 수 있는 가능성에만 머무르기 위해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것. 그건 실패하지 않는 대신에 성공할 수도 없는 길을 택한 것이었다.


망하지 않았다. 삶의 모든 부분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해도, 전혀 망하지 않았다. 어제 하루 학습지를 풀지 못했다고 해서 망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풀면 되고, 오늘 풀지 못한다면 내일 풀면 된다. 성인으로서 공부를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는 실망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정해둔 과제를 해내지 못하는 날은 늘 생길 것이다. 성인의 삶에는 공부보다 더 시급한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며칠씩 책상 앞에 앉지 못했다 해도 오늘 다시 책상 앞에 앉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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