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 다리를 건너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가니 중간에 고풍스러운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이 보였다. 사마리텐 백화점이었는데 프랑스의 백화점은 건축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고 내부도 굉장히 화려하다고 한다. 내가 미리 공부한 백화점은 라파예트의 화려한 천장을 꼭 보라고 한 것이었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몽클레어 선물이 떠올라 급 들어가 보게 되었다.
1870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리모델링을 굉장히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2005년부터 15년여간 진행했고 2021년 6월에 다시 재개관했다는 곳. 우리나라 백화점과는 다르게 중앙이 뻥 뚫려있었는데, 내가 한 때 근처에 살아 자주 가던 분당의 서현 AK백화점과 비슷했다. 그곳도 중앙의 시계탑? 을 중심으로 천장이 뻥 뚫려있는 공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나는 박물관 예약시간도 있고 해서 몽클레어를 찾아 올라갔다.
도착한 몽클레어 매장은 생각보다 굉장히 작았고, 맨 앞 복도 쪽에 걸려 있는 옷을 대충 집어 가격표를 봤지만 이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 좀 헷갈렸다. 이곳에서 사는 게 맞게 사는 건지 잘 몰랐다. 그런데 한편에서 아주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아주머니 두 분이 정말 한국 아주머니 특유의 높은 발성을 뽐내며 대화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더 지켜보니 구매 대행해 주시는 분과 손님으로 보였다. 사실 직원인지 아닌지 좀 헷갈렸다. 설마 구매 대행이 아니라 한국인이 많이 오니 특별히 고용한 한국인 직원일까? 잘 모르겠다.
못 사겠다고 생각했다. 공부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르자니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마음에 들지 않고 교환도 되지 않는 상품을 덜컥 사는 것이 좀 부담스러웠다. 다른 선물을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백화점을 나섰다.
루브르 박물관은 정말 지척에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 하면 피라미드처럼 생긴 입장문 아니던가.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날씨는 흐렸고 살짝 빗방울이 떨어졌다. 여차하면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구글맵을 보며 걸으니 디귿자 모양의 건물이 감싸고 있는 넓은 광장에 들어왔다. Cour Carrée. 루브르 박물관의 동쪽에 있는 카레 광장이었다. 그리고 건물 중앙의 아치형 통로로 유리처럼 보이는 삼각형 물체가 보였다. 저게 피라미드인가 보다. 비가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오는데? 일단, 아치형 통로 안에 있었다. 시간은 살짝 여유가 되었고 미리 기다린다는 도슨트분은 피라미드 앞 동상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떻게 기다린다는 걸까? 피라미드 너머가 동상이라 내가 서있는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피라미드 옆의 건물로 들어오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저기 가면 비도 피하고 도슨트분이 어디 있는지도 보이겠다는 생각에 바삐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루브르박물관 지하로 가는 입구였고, 그 한편에는 카페가 있었다. 광장을 바라보며 커피 또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듯했다. 구경이라도 해볼까 기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안녕하세요?"라는 굉장히 어눌한 말투로 누군가가 인사를 건넸다. 설마 나한테 하는 인사인가? 놀라서 뒤돌아보니 정말 나에게 건네는 인사였고 놀랍게도 서양인 아저씨였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며 본인도 한국에 살았다는 걸 어필하는 듯했다.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니 나도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하고, 어떻게 한국말을 하시냐, 물으니 갑자기 그 질문부터 폭풍 영어를 하는 것이었다. 대충 '한국에서 살았다.'는 내용인 듯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어디서 왔다고 대답을 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이후도 사실 기억이 안 나는데, 내 영어가 서툴러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아 얼렁뚱땅 인사를 건네고 피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를 뒤로하고 시간이 되어 동상으로 가니 비를 맞으며 있는 도슨트 분이 계셨다. 이름을 이야기하니 손으로 저기에 있으라고 가리켰는데 아까 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받은 그곳이었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 얼른 대기할 장소로 가니 한국인들이 꽤 있었다. 남녀 커플이 4 커플 정도 있었고 자녀와 같이 온 부모님 2쌍과 혼자온 나. 이렇게였다. 한 명은 있을 줄 알았더니 혼자온 사람이 나밖에 없다니. 살짝 민망했다. 오전부터 계속 걸어 몸과 마음이 좀 지쳤지만 말로만 듣던 모나리자 같은 작품을 볼 생각을 하니 괜히 떨렸다.